‘K좀비’가 또 통했다.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이 K좀비 흥행을 일으켰다면 이번엔 좀비와 학원물을 접목한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이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시청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우학은 같은 달 29일부터 5일까지 8일간 TV쇼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5일 기준으로 전 세계 53개국에서 시청 1위를 차지했으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2·3위를 오가다 4일에는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적인 좀비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개 초반이지만 지우학은 넷플릭스의 앞선 K드라마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디어 비평 사이트 IMDB에서 이 작품은 평점 10점 만점에 7.7점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8.0점)보다 낮지만 ‘지옥’(6.7점)과 ‘고요의 바다’(6.9점)보다는 높다. 평가에 참여한 1만5219명 중 33.9%는 만점을 줬다. ‘오징어 게임’의 만점 비율(19.6%)보다 높다. 시청시간에선 공개 3일 만에 1억2479만 시간을 기록해 동일 기간 ‘오징어 게임’의 시청 시간(6319만 시간)의 2배에 가까웠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인 데드라인은 지난 4일 지우학을 ‘오징어 게임’에 이은 한국 콘텐츠의 ‘원투 펀치’라고 표현했다. 데드라인은 “한국은 미국 넷플릭스 톱 10에 비영어권 시리즈를 여러차례 올린 첫 국가”라며 “가장 인기 있는 현지 콘텐츠 공급업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미 연예매체 스크린랜트는 이날 “잔인하게 피비린내 나는 좀비 아포칼립스 시리즈가 성공을 거뒀다”며 지우학의 인기를 언급했다.
시즌2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포브스는 1일 “아직 시즌2에 대해 발표된 것은 없지만 이 정도 성공을 거둔 걸 보면 거의 확실히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디사이더’도 3일 “지우학은 진정한 히트작”이라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 매체의 조니 로프터스는 지난달 28일 지우학에 대해 “현대 사회의 계급, 소비, 경쟁 문제와 관련해 효산고는 국가 전체의 축소판 역할을 한다”면서 “좀비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지켜보는 본능적인 스릴을 넘어 이 작품은 사회 계층과 인간의 생존 메커니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라 이 시대 10대들이 갖는 공통적인 고민을 잘 그려내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었다”며 “학교폭력의 폐해를 보여주면서도 아직 인간적 감성이 남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콘텐츠가 연기, 대본, 연출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한 단계 올라서는 것 같다”면서도 “진부함을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한국적으로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