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통증 즉시 병원 찾아라…고령·당뇨환자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 주의

입력 2022-02-07 21:36

통상 심장의 큰 혈관이 막히면 초급성 심근경색 증상이 나타난다.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등이 동반된다. 이 경우 심전도 검사상 ‘ST분절 상승 심근경색(STEMI)’으로 진단된다. 이땐 ‘골든 타임’인 증상 발생 2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고 12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는 조치가 긴급히 취해져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반면 심장의 작은 혈관들이 막히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증상을 겪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가슴 통증이 있더라도 잠깐 있다가 사라지거나 통증 없이 가슴에 애매모호한 불편감, 호흡곤란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는 심전도상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NSTEMI)’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에도 병원에 와서 24시간 안에 심장혈관조영술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 환자 10명 가운데 3명 정도는 증상 발생 후 24시간이 지나 병원에 도착하고 있으며 이 경우 장기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안태훈·차정준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 전남대병원 정명호 교수 연구팀은 2015~2018년 한국인 심근경색증 등록연구(KAMIR-NIH)를 통해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6544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27.9%가 증상 발생 24시간 이후에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증상 발생 24시간 지나 도착한 그룹의 3년 사망률은 17.0%로 24시간 이내 방문 그룹(10.5%)에 비해 1.62배 높았다. 2차 합병증 발생률(23.3% VS 15.7%)에서도 두 그룹 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병원 지연 도착의 위험 요인으로는 고령, 여성, 비특이적 가슴 통증, 호흡곤란, 당뇨 환자, 119 구급차 미이용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인 경우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급성 심근경색 증상을 겪어도 체한 것으로 생각하고 손을 따거나 소화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가슴 통증 없이 호흡곤란만 느끼는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 호흡기질환 때문으로 생각하고 심근경색을 의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뇨 환자는 질환의 특성상 통증을 상대적으로 둔하게 느낄 수 있다.

차정준 교수는 7일 “해외연구에서 코로나19 창궐 이후 병원 내원 급성 심근경색 환자 숫자가 감소했는데,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한 현상이 발견됐다”면서 “이는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 오는 것을 꺼렸거나 다른 이유로 병원 도착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됐는데, 우리 연구가 그 근거를 제시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특히 ST분절 비상승 심근경색인 경우 고령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