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필요한 전투력의 70%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한다면 그 시기는 이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수만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대규모 난민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더 많은 대대급 전술 부대를 국경지대로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국경지대에 배치된 750~1000명 규모의 전술부대가 2주 만에 60개에서 83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시 필요한 전력의 약 70%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NYT)도 미 정보 당국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군이 1945년 이래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상 작전을 벌이는 데 필요한 전력을 집결시켰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에선 5000~2만5000명, 러시아군은 3000~1만명의 사상자가 날 수 있으며 민간인 피해는 2만5000~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100만∼50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해 유럽에 대규모 난민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우려했다.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이 이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시기엔 지반이 더 단단해져 중화기와 군용 장비의 기동이 쉬워지고, 핵심 우방인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된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침공 시기를 2월 중순에서 3월 말 사이로 예상했다.
다만 미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는 쿠데타, 동부 지역(돈바스)에 제한한 침략·합병 또는 자치정부 수립 등의 선택지를 갖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미 당국이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대규모 핵무기 훈련 실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과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3일 하원의원들에게 한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이달 중순에 핵무기 사용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통상 핵무기 훈련을 가을에 실시해왔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실행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훈련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시위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재래식 군사력 대결로 진행돼온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미 전략사령부 자문관을 지낸 허드슨연구소의 레베카 하인리히스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핵무기 훈련을 실시한다면 이는 매우 도발적이고 불길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