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 증액을 반대하는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태도가 강경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급기야 탄핵론까지 들고 나왔지만 홍 부총리는 정부안(14조원)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본예산과 추경을 합쳐 전년 대비 10% 안팎의 재정을 늘려온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정부가 낸 추경안보다 배 이상 많은 35조원(여당), 50조원(야당)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여파로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홍 부총리는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에 “(여야가 함께 해도)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 탄핵과 자진 사퇴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가 본격화한 2020년 이후 한국의 재정 지출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왔다. 2020년 4차례, 2021년 2차례 있었던 추경까지 더하면 지출 증가율은 더 커진다.
본예산만 보면 2020~2022년 예산 증가율은 8%대다. 여기에 추경을 합하면 전년 대비 지출 증가율은 2020년 14.3%, 2021년 8.3%로 늘어난다. 올해의 경우 정부안 14조원이 그대로 통과되면 본예산과 추경을 더한 전년 대비 예산 증가율은 2.7%로,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작다.
그러나 아직 연초이고 올해 추경이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날 가능성은 작다.
민주당은 해외 주요 선진국의 추가 재정 지출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지출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나라별 정부의 추가 지출 집계 자료를 보면 민주당의 주장이 일정 부분 맞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추가 재정 지출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추가 재정 지출 비율은 6.4%로, IMF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한 10개국 평균(14.6%)에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10월까지 각국 정부의 추가 지출 금액을 누적한 것이라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회계연도로 하는 한국의 지출 증가율과 일대일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보다 재정 지출이 많은 나라가 기축통화국이라는 점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홍 부총리도 앞서 한국의 과도한 확장 재정이 어려운 이유로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여기에 치솟는 물가 역시 정부의 재정 지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재정을 많이 풀수록 인플레이션 속도가 빨라지고, 코로나19로 힘든 서민·중산층의 생계 어려움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상황에서 정부 재정까지 더 푸는 것은 현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완전히 도시 자체를 봉쇄한 해외와 인원·영업시간 제한 조치만 한 한국을 같은 기준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