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100일간의 항쟁 일기

입력 2022-02-07 04:02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판셀로 작가(오른쪽). 판셀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페이스북 팔로어 100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로서 수치 고문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모래알 제공

미얀마 군부가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 이후 발표한 첫 체포 리스트에 오른 7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판셀로(Pencilo) 작가의 책 ‘봄의 혁명’이 출간됐다.

1990년대생인 판셀로는 미얀마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페이스북 팔로어 100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였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책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주의를 전파해와 쿠데타 당일부터 경찰의 연행 대상이었다.

처음엔 양곤시내에 숨어 살다 시골로 거처를 옮겼고 수배자들이 가족에 대한 위협을 못 견디고 자수하는 걸 보면서 가족을 데리고 몰래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들어갔다.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현재 워싱턴주 임시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봄의 혁명’은 쿠데타 이후 태국 밀입국까지 판셀로의 도피 이야기와 미얀마 국민의 민주항쟁 과정을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판셀로는 도피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항쟁 소식을 알리고 군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번번이 선거 결과를 뒤집었고 국민들의 저항을 무력과 거짓말로 제압했다. 최고사령관이자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민아웅흘라잉 장군은 2017년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주도하고 그 책임을 수치 고문에게 떠넘겼다. 2008년 20만명이 사망한 대형 태풍을 이용해 의석의 25%를 군인이 차지하게 하고 이들의 동의 없이는 헌법을 바꾸지 못하게 한 신헌법을 제정했다.

총격으로 사람들이 죽고 가짜뉴스가 극성을 부렸어도 미얀마 국민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은 버렸다. 대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무장투쟁이 시작됐다.

“국민은 쿠데타 발발 이후 100일이 지나서야 무기를 거머쥐고 혁명을 일으키는 것만이 저 개 같은 군부를 왕좌에서 끌어내릴 방법임을 알게 됐다. 미얀마 국민은 이제 무기를 든 혁명을 선택했다.”

미국에 도착한 그에게 남편은 “너는 이제 자유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판셀로는 이렇게 썼다.

“아직 풀려나지 않은 감옥 안의 사람들, 감옥 같은 나라에 갇혀버린 국민… 나는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이라 할 수 없다. 나의 영혼은 미얀마의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여전히 갇혀 있다.”

판셀로의 이 기록은 한국어로 처음 출간됐다. 대학생들이 만든 출판사 모래알이 국내에 있는 미얀마 민주항쟁 지원 그룹을 통해 판셀로의 원고를 입수했다. 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