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차례 인공방광 수술 집도
수술 후엔 소변 정상적 배변 가능
합병증 많고 관리 어렵지만 필요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비뇨기 질병을 앓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희어지듯 방광 등 비뇨기계통도 노화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이나 신장암, 방광암 등 각종 비뇨기암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요실금·배뇨장애, 과민성방광 같은 일반 비뇨기질환도 남녀 가릴 것 없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이화의료원이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비뇨기암과 질환을 전문으로 진단·치료하는 비뇨기병원을 개원하고 이달 14일부터 본격 진료에 들어간다.
초대 이대비뇨기병원장에 선임된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규모를 갖춘, 믿을 수 있는 비뇨기 전문병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병원이 꺼리는 고난도 인공방광 수술도 적극 시행해 관련 환자들이 소변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국내 인공방광 수술의 개척자로, 지금까지 1000차례가 넘는 수술을 집도했다.
-비뇨기병원을 만든 계기는.
“비뇨기 질환 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비뇨의학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편견이 여전하고 부정확한 건강 정보도 너무 많다. 1970~80년대 고착화된 ‘성병 보는 진료과’ 혹은 ‘발기부전 수술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남아있다. 지금 비뇨의학과에서는 고난도 인공방광 수술과 암 치료에 첨단 로봇수술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뇨의학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국내외적으로 생소한데.
“해외의 경우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비뇨기-신장병원’ 정도만 알려져 있다. 국내에선 대학병원 규모의 독립적인 비뇨기병원은 없다. 우리 병원은 방광암·인공방광센터를 주축으로 비뇨기로봇수술센터, 항노화·전립선검진센터, 배뇨장애클리닉, 결석클리닉, 남성클리닉, 소아비뇨클리닉 등으로 구성됐다. 첨단 장비와 명성 높은 의료진도 갖췄다. 최신 사양의 4세대 다빈치로봇 수술기와 요로결석·전립선비대증 치료용 ‘홀뮴 레이저’, 특수영상장치(C-arm)를 도입했다. 또 로봇수술 1세대인 김완석 교수, 김명수 교수가 지난해 합류했고 지난달엔 국내 36번째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인 신정현 교수를 영입했다. 이달부턴 전립선암 명의인 김청수 교수도 진료를 시작한다.”
-인공방광 수술을 개척했는데.
“2015년 이대목동병원에 국내 최초로 인공방광센터를 개소해 지금까지 1000건 이상 수술에 성공했다. 초창기 불모지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많은 병원에서 인공방광 수술을 시행해 뿌듯하다. 인공방광 수술은 비뇨기 수술 중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수술 중 하나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병증이 많으며 수술 후 인공방광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방광 수술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방광암이 있어 부득이 방광을 절제하는 경우에 주로 시행한다. 방광암이 아니더라도 방광 기능을 상실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질환이 대상이다. ‘결핵성 방광(방광이 쪼그라들어 소변이 줄줄 샘)’으로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거나 ‘간질성 방광염(방광에 오줌이 차면 통증이 심함)’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암(자궁암·전립선암·직장암 등)이 방광을 침범해 제거해야 하는 경우 인공방광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술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방광절제 후 소장의 끝 부분인 ‘회장’ 일부를 방광과 비슷하게 공 모양으로 만들어 요도에 연결하는 식으로 인공방광을 만든다. 소변 주머니를 달지 않아 외관상 티가 나지 않고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어 골프나 수영, 사우나도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 방광 절제수술을 받으면 흔히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회장 도관)를 차는데, 환자는 외양뿐아니라 ‘소변이 샐까’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해 바깥 출입을 꺼리게 된다. 인공방광 수술은 이런 걱정이 필요 없다.”
-이곳만의 노하우는 뭔가.
“1000건 넘는 수술 경험을 통해 평균 8시간 걸리던 수술을 3시간 남짓으로 단축했다. 요관 카테터(도관) 사용이나 방광세척을 하지 않고 무수혈, 무항생제 수술을 실시해 환자 재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요관 카테터를 쓰지 않으면 수술 후 거동이 편하고 수술 시간도 줄어든다. 방광세척을 하지 않으면 방광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요즘 코로나 시국이라 수혈할 피가 전국적으로 많이 부족한데,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하고 있다. 항생제는 수술 전 감염이 있거나 수술 후 감염 징후가 보일 경우에 한해 짧은 기간 투입하고 있다.
또 하나는 다른 병원이 기피하는 수술 환자들도 적극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이거나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방광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경우, 이전에 방광 부분 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 대장암·위암 등으로 수술받은 경우 등은 인공방광 수술이 매우 까다롭다. 이런 고난도 인공방광 수술도 95%의 성공률로 시행하고 있다.”
-소장과 방광은 성질이 다른데, 별 문제 없나.
“소장의 길이는 6~7m이고 인공방광은 그 끝 부분인 회장 50~60㎝ 정도를 사용한다. 소장 기능에는 큰 무리가 없다. 초창기 다른 나라에서 인공방광 재료로 소장 뿐 아니라 대장과 위도 써 봤으나 결국 소장으로 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그만큼 사용이 편하고 합병증이 덜 발생했다는 얘기다. 방광은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의 저장과 배뇨,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소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은 저장 기능만 있다. 따라서 소변 볼 때는 복압을 이용해 배뇨해야 한다. 방광의 일반적 용량은 300~400㎖인데, 수술 의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인공방광을 500㎖ 안팎으로 보다 크게 만든다. 물론 한번 만들면 평생 유효하다. 인공방광 자체에 문제가 생겨 재수술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인공방광 수술이 힘든 경우도 있나.
“소장이 건강하고 충분한 길이를 갖고 있다면 큰 문제 없다. 다만 최근 늘고 있는 복부비만 환자들은 내장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장의 길이가 짧고 요도까지 장이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길이를 만들어 주는 게 요즘 수술의 관건이다. 인공방광 수술의 실패 확률은 1~2% 정도다. 방광 종양이 요도까지 번져 요도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는 수술이 불가하다. 또 암이 방광 이외 다른 장기나 멀리 있는 임파선까지 퍼졌다면 방광절제술 자체가 의미가 없다.”
-수술 후 주의할 점은.
“인공방광은 원래 방광과 차이가 있다. 소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공방광이 장의 흡수 기능을 할 수 있다. 소변 등 노폐물 성분을 일부 흡수해 우리 몸의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한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물을 의식적으로 많이 마시고 약물을 복용해 전해질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수술 2~3개월 후 우리 몸에 인공방광이 적응할때까지 주의해야 한다. 만약 전해질 불균형이 교정되지 않으면 입맛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심하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진다. 이 때는 빨리 병원에 찾아와서 전해질 교정을 받아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