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 4200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현산이 대규모 인명사고를 일으킨 직후 관양 현대아파트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다. 현산은 파격조건을 내밀며 달랬다. 이번 사업을 수주하면서 현산은 일단 주택사업에서 재기의 희망을 이어갔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5일 열린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조합원 959명 중 92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HDC현산은 과반을 넘는 509표를 얻어 경쟁 상대인 롯데건설을 제쳤다. 6만2557㎡ 부지에 공동주택 1313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짓는 이번 사업에 현산 측에서 제시한 공사비는 4174억원이다.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HDC현산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난달에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관양 현대아파트에는 HDC현산을 거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당시 HDC현산은 유병규 대표이사의 자필 사과문을 내놓고 안전조치를 약속했다.
HDC현산은 수주 과정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달 22일 열린 1차 시공사 합동설명회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조원을 조달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0% 가량의 이주비 혜택을 주기로 했다. 분양가는 3.3㎡당 4800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로 조합원 이익을 보장한다고 공약했다.
HDC현산에선 사고 수습은 물론 주택사업 경쟁력,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 후 첫 재건축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던 HDC현산 입장에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셈이다. 다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는 물론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계약해지 움직임이 여전하다. 광주 동구청이 서울시에 HDC현산 영업정지 8개월을 요청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까지 가장 강력한 처벌을 시사한 점은 변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