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첫 금메달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삼킨 쇼트트랙 대표팀이 개인전에서 설욕에 나선다. 간판인 황대헌(22)과 최민정(23)을 앞세워 이번에야말로 첫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자세다.
대표팀은 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부터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와 남자 1000m 준준결승부터 결승까지 이어지는 무대에 오른다. 여자 500m에 최민정이, 남자 1000m에는 황대헌과 이준서(21) 박장혁(23)이 출전한다.
대표팀은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00m 혼성계주에서 다소 허무하게 예선 탈락했다. 3위로 달리던 박장혁이 마지막 주자인 황대헌에게 순서를 넘겨주기 전 코너에서 몸싸움 중 얼음에 날이 걸리면서 미끄러졌다.
트랙 벽에 부딪히며 넘어진 박장혁이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했지만 대표팀은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3위로 결승선을 통과, 2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예상외의 변수가 불운으로 작용한 셈이다. 금메달은 개최국 중국에 돌아갔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위안거리는 개인전에서 선전했다는 점이다. 혼성계주 직전 열린 여자 500m와 남자 1000m 예선에서 유망주 이유빈이 아쉽게 탈락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준준결승 진출을 각자 조 선두로 확정지었다. 7일 경기에서 메달을 기대할만한 기세다.
기대를 가장 많이 모으는 건 황대헌이다. 그는 5일 예선 5조로 나서 경주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무난히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1분 12초042로 올림픽신기록도 작성했다. 황대헌은 만17세이던 2016년 세운 세계기록 1분 20초875도 보유하고 있다.
여자 간판 최민정의 활약도 기대할만하다. 그는 예선 6조에서 출발 당시 세계 11위인 이탈리아의 마르티나 발체피나에 밀렸지만 이내 코너에서 능숙한 파고들기를 선보이며 역전에 성공, 선두로 예선을 통과했다.
최대 걸림돌은 혼성계주 금메달을 차지한 개최국 중국이다. 중국 대표팀은 4년 전 평창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김선태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러시아 귀화선수로 뛰었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코치다. 혼성계주 준결승에선 판정시비 끝에 미국을 실격시키고 결승에 올라가 논란도 있었다.
중국은 여자 500m와 남자 1000m에서 각각 3명의 선수가 모두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남자 간판 우다징은 혼성계주 시상식 뒤 한국인 코치진이 성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번 금메달은 나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라고 답했다. 코치진의 지도보다는 자신의 실력으로 따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다.
김 감독은 5일 시상식 뒤 한국 취재진과 믹스트존에서 만나 “두 번 연속 개최국 감독을 하는 게 부담은 있다. 하지만 지도자라면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간 인터뷰를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나 우리 중국 선수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이외 강자들도 즐비하다. 여자 500m에서 최민정과 경쟁할 선수로는 예선에서 최민정의 올림픽기록을 갈아치운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가 꼽힌다. 남자 1000m에선 세계 1위인 캐나다의 파스칼 디온, 네덜란드의 이츠하크 더라트 등이 쟁쟁하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