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한복 공정’을 대하는 방법

입력 2022-02-07 04:05

지난 금요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소수민족 대표로 한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해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공분이 다시 한 번 크게 일었다. 다음 날 두 대통령 후보가 연이어 중국의 문화공정에 확실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정부의 제대로 된 대응을 보긴 어려웠다.

중국이 한복을 자기네 문화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2가지다. 현재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조선족의 인구수가 열 몇 번째로 많아 중요한 소수민족이라는 점과 조선(朝鮮)이 중국 명(明)의 관복제도를 관리의 공식적 유니폼으로 채택했다는 점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조선족의 옷은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일제강점기에 일시적으로 많은 인구가 이주했을 뿐 긴 시간 독립적 역사를 이어온 이웃 문화를 굳이 중국 문화에 포함시키려는 행동에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도 합당한 정치적 대응을 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우리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왕과 신하의 관복은 명의 제도가 당시 동북아지역의 지배적 문화였다는 자부심으로 간직할 일이지, 그걸 넘어서 조선 왕과 관료의 업무복을 제외하고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한복 전체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건 분명한 곡해다.

시비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마다 쉽고 쿨한 대안이 빠지는 것도 아쉽다. 한복을 더 많이 입어 우리의 실질적인 소유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래서 글로벌 스타들이 한복을 당당히 입는 것이 반갑다. 현재 별다른 의례가 없는 성년의 날에 한복을 입고 기념하자는 의견도 있다. 구입이 부담된다면 빌려 입을 수도 있다. 한복 대여점도 많아졌으니 즐거운 이벤트가 될 수 있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서울이 5위권 안에 꼽힌다는데 관광지나 힙한 거리에서 한복을 입고 노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