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부터 소비자 물가가 3.6% 상승하며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절 요인을 많이 받는 농산물이나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은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3.2%) 3%대에 진입해 넉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에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3.0% 상승하며 처음으로 상승률이 3%대에 진입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한 원자잿값과 원윳값 상승이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근원물가가 3%대 상승한 건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품목별로는 배추(56.7%), 달걀(15.9%), 수입쇠고기(24.1%), 휘발유(12.8%), 외식(생선회·9.4%) 등 생활 체감이 큰 품목들이 줄줄이 올랐다.
문제는 이미 유가와 원자잿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고조되면서 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0.27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으로 치솟은 건 7년여 만에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곡물 가격도 더 치솟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 밀 수출국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빵값과 외식비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35.7로 2011년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은 에너지·원자재,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