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대선 후보의 첫 TV토론이 마무리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저마다 자신이 우세했다며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토론을 둘러싼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토론 다음날인 4일 이재명 후보에겐 만점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겐 낙제점을 줬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치료에 들어간 송영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막힘없이 본인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해 내는 후보(이 후보)와 자료 없으면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하는 후보(윤 후보) 간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 후보는 84점, 윤 후보는 40점”이라고 말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윤 후보가 ‘청약만점 40점’이라고 틀린 답을 내놓은 것에 빗대 점수를 매긴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전문성과 태도에서 모두 이 후보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기세 싸움에 있어 확실히 검찰총장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후보가 안보 토론 등에서는 전문성에서도 많이 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토론을 거듭할수록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게 절망을 느끼고 윤 후보에게는 희망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잘했다기보다는, 윤 후보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보니 조금 더 득을 본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른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공방도 벌였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RE100은 단어 문제가 아니고, 국가 산업전환 핵심에 관한 것”이라며 “전환적 시대에 국가의 경제를 세워야 하는 입장에서 RE100을 모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대통령 될 사람이 무슨 RE100이나 이런 것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도 좀 어려운 것 있으면 설명해가면서 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싶다”고 맞받았다. 윤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이 후보에게 ‘RE100 대응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게 뭔가요”라고 되물었다.
전날 열린 TV토론 시청률은 39%로 기록됐다.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1997년 15대 대선(55.7%) 이후 최고치다. 다음 합동 TV토론은 오는 8일 한국기자협회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 후보와 윤 후보는 TV토론 후 첫 주말에 각각의 전략 지역을 방문한다. 이 후보는 5~6일 PK(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다. 울산과 경남 양산, 부산 등에서 각각 지역 공약을 방문하고,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서 현장 유세도 진행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새해 첫날부터 틈만 나면 PK를 방문하는 것은 PK가 그만큼 이번 대선의 주요 전략지라는 의미”라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호남이 같이 끓어올라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5일 제주를 찾고, 6일에는 ‘민주당 안방’인 광주를 방문해 호남 민심을 두드린다. 윤 후보는 설 연휴를 앞두고 호남의 230만 가구에 자필 편지를 보내고, 이준석 대표도 새해 가장 먼저 호남을 찾았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의 ‘마의 장벽’이었던 20%대 득표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보현 최승욱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