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은 대선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까. 지지층이 확고한 유력 후보에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TV토론을 잘했다고 말하긴 힘들다. TV토론의 수혜자나 피해자는 주로 제3후보였다. 2017년 19대 대선 TV토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겐 악몽이었다. 안 후보는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라고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는데, 아바타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안 후보 지지율은 토론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TV토론 최고 스타는 2002년 16대 대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였다. 그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3.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3%를 넘긴 것은 처음이었다.
스티븐 채피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TV토론의 영향력을 평가하려면 네 가지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요 후보 중 한 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부동층이 많고, 선거 경쟁이 치열하고, 정당 충성도가 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갖춰지면 TV토론 영향력이 커진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선 이런 조건들이 상당 부분 충족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확실한 지지층이 약하다. 윤 후보는 정치신인이고, 이 후보도 중앙 무대 경험이 적다. 정당 충성도도 높지 않고, 선거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남은 3번의 TV토론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3일 밤 열린 2022 대선후보 TV토론의 시청률 합이 39.0%였다(닐슨코리아 기준). TV토론이 의무화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었다. 이날 TV토론에서 확고한 승자나 패자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이 후보의 화려한 말솜씨는 높은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했고, 기대 수준이 낮았던 윤 후보의 말솜씨는 마지노선을 지켜낸 형세다. 안 후보도 지난 대선의 악몽에선 벗어난 것 같다. 남은 토론,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