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아시안컵 첫 출전 이후 13번째 대회 만이다. 새 역사를 쓴 대표팀은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은 3일 오후 5시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필리핀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약체로 평가받는 필리핀을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골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졌다. 조소현은 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혜리가 골문 뒤쪽으로 띄운 볼을 문전 쇄도하며 타점 높은 헤딩으로 연결해 필리핀의 골망을 흔들었다.
필리핀은 기회가 날 때마다 적극적인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중거리 슈팅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전반 32분에는 프리킥을 백헤딩 형태로 흘려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골대 옆을 지나갔다.
한국은 선제골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가 하면, 중앙 좁은 공간에서 연계플레이를 통해 필리핀의 골문을 계속 공략했다.
결국 전반 34분 추가 골을 만들어냈다. 추효주가 좌측 측면에서 뛰어난 개인기로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 아웃프런트 땅볼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에서 대기하던 손화연이 침착하게 차 넣었다.
전반전을 뒤진 채 마친 필리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3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한국은 안정된 수비와 전방 압박으로 좀처럼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다시 가져온 태극 전사들은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추가 골은 없었다. 결국 경기는 2대 0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승리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 무대에 올랐다. 1991년부터 대회에 참가한 한국은 준결승에만 4차례 올랐을 뿐 결승에 진출한 적은 없다. 매번 결승 문턱에서 호주 중국 일본 등 강호들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1995년 말레이시아 대회 준결승에서 중국에 4대 0으로 졌고 3~4위전에선 대만과 승부차기에서 3-0으로 패해 4위를 기록했다. 2001년 대만 대회에서는 4승 0패 조 1위로 올랐으나 ‘숙적’ 일본과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한국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건 2003년 태국 대회였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1대 3으로 패배했지만, 3~4위전에서 일본을 1대 0으로 꺾고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3차례 대회에선 본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침체기를 맞았다가 2014년 베트남 대회에서 부활하며 4위를 기록했다. 2018년 요르단 대회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속한 죽음의 조에서 1승 2무로 선전했지만, 상대 전적과 다득점에서 밀려 탈락했다.
‘우승 후보’ 호주를 물리치고 필리핀마저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일 오후 8시 첫 결승 무대에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조소현은 경기 직후 “이런 기회가 오는 것이 쉽지 않다. 기회가 있을 때 잡고 싶다”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겠지만 결승전인 만큼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