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식지 않았다 온종일 몰려다니고 어깨를 부딪치며 아무 곳이나 노려보았다 친구들은 흙바닥에 땀만 적시다 주유소에서 총을 잡거나 중국집 바이크를 몰고 떠났다 축축이 젖어 흩어질 때 벌써 어른이 된 듯한 냄새가 풍겼다 나는 동네 이름이 부끄러워 한여름 밤에도 매일 먼 뒷골목으로 돌아서 걸어왔다 밤새 천변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최백규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중
읽는 이들을 아련한 10대 시절로 되돌려 보내주는 시다. ‘온종일 몰려다니고’ ‘아무 곳이나 노려보았다.’ ‘부끄러워’ 했고 ‘바람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인생의 꽃 피는 계절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애틋하고 외로운 시절이었다. ‘벌써 어른이 된 듯한 냄새가 풍겼다’는 문장이 그 시절의 혼란과 불안을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