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렸다, 하지만 버틴다’ 눈물 나는 동학개미 투자법

입력 2022-02-04 00:02
코스피가 2600선으로 추락한 지난 27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서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조모(30)씨는 지난해 관심 종목에 넣어두었던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하락하자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국민주’로 불리는 기업들인 만큼 곧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두 기업의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이었다.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한 2차전지 관련 종목도 매입했다가 손실을 봤다.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조씨의 계좌에는 마이너스 1000만원이 찍혀있었다. 조씨는 “없는 돈인 셈 치고 오를 때까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0만 개인 투자자’ 시대가 열렸지만 동학개미(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투자행태로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거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미들은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기다리지 못하고 팔았고, 주가가 떨어져 물리면 끝까지 버티다가 손실을 키웠다.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한탕을 노리거나 변동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도 높았다.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 보고서를 펴냈다. 자본연은 2020년 3~10월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개인 20만4004명의 일별 거래내역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의 투자 규모는 1000만원 이하(55.7%)와 1000만~3000만원(20.5%)이 대다수로 소액 투자자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난 주식은 오래 보유하고, 이익이 난 주식은 서둘러 파는 경향(처분 효과)을 보였다. 매수 가격보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매도할 확률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도할 확률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미들은 0~5% 수익률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처분 효과가 강할수록 수익률은 낮았다. 자본연은 “이익이 난 주식을 서둘러 매도해 추가적 이익 기회를 잃고, 손실 난 주식의 매도를 미뤄 손실을 누적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연령대가 낮거나 이제 갓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개인이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은 삼성전자(6조1300억원)였다. 그다음은 네이버(1조7630억원)와 카카오(1조6690억원)였다. 세 종목 모두 6개월 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처분 효과로 매도하지 않아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인은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극단적 수익률을 추구하는 ‘복권형 주식’의 보유 및 매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권형 주식은 개인의 거래회전율이 일반 주식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하지만 실제 투자 성과는 저조했다. 특히 복권형 주식을 많이 거래한 신규 투자자의 누적 수익률은 29.6%로 조사됐다. 자본연은 “간접 투자수단이나 전문적 자문에 대한 개인의 활용도를 높이고 교육 등을 통해 직접투자 역량을 기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