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국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공수사단이 포함된 병력 3000명을 동유럽에 추가 배치키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미군 병력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를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긴장 발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신속대응군을 가동하면 이에 합류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2000명이 수일 내 폴란드와 독일로 향하고, 대부분 폴란드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 독일에 주둔한 미 병력 1000명가량은 루마니아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폴란드로 가는 미군 병력 대부분이 82공수사단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82공수사단은 미 육군 최정예 부대로 상당수가 유사시 적 후방에 투입돼 작전을 벌이는 낙하산부대로 구성돼 있다.
이날 동유럽 추가 배치가 발표된 병력은 지난달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린 8500명과는 별개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근거 없이 이뤄진 이 파괴적인 조치는 군사적 긴장을 더 하고 정치적 결정의 여지를 좁힐 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미 국지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미 언론 워싱턴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사실상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일컫는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지금까지 12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며 “그런데도 총격과 포격, 우크라이나 진지에 대한 저격수의 사격,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조직적인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계속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가 촬영한 위성 사진에 우크라이나 북부와 인접한 벨라루스에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무기가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는 현재 13만명 가량의 러시아군 병력이 집결해 있으며 탱크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지역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과 정치·경제적 유대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예정된 중·러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지원 약속은 러시아를 저지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을 훼손할 수 있고, 미·중 간 경쟁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즉각적인 금융 및 무역,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그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