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지만, 말씀보다 화려한 도시에서 부유하고 우아하게 사는 세상을 늘 동경했다. 첫 아이를 낳은 얼마 후 친구 집에 갔는데 책과 교구가 방안에 가득하고, 두 돌 지난 아이가 책을 줄줄 읽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하며 조기교육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날마다 책을 사들였고 첫돌기념으로 금을 팔아 500만 원 어치 책을 구입해 주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조기교육을 시켰다. 아이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A라는 아이는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나와 최고의 회사에 취직했어. 월급이 많아 엄마에게 100만원씩 용돈을 주고도 남아. 하고 싶은 것 다하며 해외여행도 신나게 다닌대.’라고 했고, ‘그런데 B라는 아이는 어떤지 알아?’하며 극단적인 비유까지 들어 수시로 비교해 주었다.
영재교육을 시키기 위해 4학년 때 학원에 갔다가 6학년인 원장 아들이 특목고를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바로 특목고를 목표로 정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모 대학 과학영재교육원에 넣고 가족 신분증까지 빌려 일주일에 40권의 책을 대출하여 읽혔다. 아들이 6학년 때, 나는 뒤늦게 초등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꿈에 그리던 강남에 입성해 이삿날 바로 대치동의 특목고 수학전문학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2시간 동안 수학 레벨 테스트를 마치고 나오는 아이를 보는 순간, 기겁을 했다. 머리를 쥐어뜯어 산발이 되고 몸은 완전 파김치였다. ‘이러다 얘가 미치는 것 아냐?’ 염려를 하면서도 밤늦게까지 아이를 휘몰아쳤다. ‘중3까지 딱 4년만 고생하자. 4년 후엔 일생이 결정되는 거야!’ 인문계 성향이 특히 강한 아이인데도 내 입맛대로 내 인생을 걸었다. 그러나 아이는 싫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끌어안고 고뇌의 시간을 보내더니 결국 자신감을 잃고 열등의식에 사로 잡혔다. 보약도 몇 번 먹였지만 극도로 지쳐 의욕이 사라지고 몸도 망가졌다. 그래도 과외를 시키며 유일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학교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이러다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염려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지만 의지로 버텼다. 그러다 고액 교육비의 벽까지 가로막아 목표가 산산조각 나며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나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낙담해 있고, 아이는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며 방황했다. ‘누구네 집 첫째는 학교에서 1, 2등 했지만 엄마가 특목고 준비시키다 공부에 흥미를 잃고 결국 그렇게 된 거래!’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아 미칠 것 같았다. “하나님! 이제 어떻게 해요? 살려 주세요.” 눈물로 매달릴 때, ‘내가 먼저 눈을 떠야 아이도 볼 수 있겠구나. 내가 살아야 아이도 살리겠구나.’는 생각이 들며 예수님을 만나면 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한줄기 희망이 보였다.
교회에서는 ‘예수님이 죽고 부활하셨다.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다.’는 말씀이 선포되었지만 내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예배시간에 하나님께서 누가복음 24장 말씀으로 매듭을 풀어 주셨다. 예수님이 자신이 살아난 것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시고, 구약에 예언된 말씀을 풀어주는 장면을 보며 ‘아! 성경대로 부활이 이루어졌구나! 그럼 이분이 창조주 하나님이시구나!’ 마음에서 탄성이 터졌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고, 나의 하나님이셨다.
그동안 내 인생의 주인은 나였고, 아이도 내 아이였다. 아이를 통해 마음에 바벨탑을 쌓고 세상의 명성을 얻어 대리만족을 하려던 교만한 마음, 하나님을 버린 마귀의 중심과 같은 자가 바로 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바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고 내가 잡고 있던 아이를 예수님께 돌려드렸다. 확실한 답이 나왔다. 아이가 성공하는 길은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고, 아이의 장래는 온전히 예수님께 달려 있었다. 주를 위해서 공부해야 된다는 것을 인지한 아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변해갔다. 토론대회, UCC대회, 나의 주장 발표대회 등에서 교내 상을 휩쓸기 시작했고 자신감을 얻어 학생회장에도 출마했다. 아이를 주님께 맡기고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6학년 우리학급에 학교폭력, 왕따, 자살 소동 등 끊임없이 문제가 터졌다. 매일 사건 해결에 힘들어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사랑을 놓쳤구나!’ 주님께 너무 죄송했다. 학급 아이들도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귀한 영혼임을 알게되자 그 모습이 어떠하든 주님이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기 시작했다.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모습들이 밝아지고, 변하는 아이들 모습에 학부모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은 일 하나하나가 선생님의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고 부럽습니다.’는 학부모의 문자를 오늘도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고백한다. ‘주님! 아이들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이미옥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