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아내 걱정돼~’ 변이 공포, 남편은 각방 5일째

입력 2022-02-04 00:04
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모니터에 신규확진자 수 등이 표기돼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2만2907명을 기록했다. 전파력이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틀 연속 확진자가 2만명을 넘겼다. 연합뉴스

“별거 2일에 각방 5일째.” 가정불화 탓이 아닌 아닌 ‘오미크론 변이 공포’가 부부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지난달 28일 만삭인 아내를 집에 두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직장동료가 코로나19 확진 판정를 받으면서 김씨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걱정돼 모텔에서 2박3일간 머무르며 PCR 검사를 두 번이나 더 받았다.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지만, 김씨는 그래도 안심이 안 돼 최소 10일 동안은 집 안에서도 아내와 접촉 없이 각방 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는 3일 “아내가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어 코로나에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로 얼굴을 보거나 대화 나누는 것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자 한지붕 가족 간에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최고의 코로나19 예방법은 ‘비접촉’이라는 생각에 부부나 가족끼리 각방 생활이나 단기 별거를 자처하는 것이다.

외부 활동을 피할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 ‘회식 후 각방’이라는 풍조 역시 나타나고 있다. 회식이나 모임에 다녀온 날에는 가족들을 배려해 최소 1~2일 정도 각방 생활을 하며 자가검사를 하는 식이다.

영업직 일을 하는 이모(35)씨는 “업무 중 낯선 사람과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가진 날에는 아내, 딸과 접촉하지 않으려 한쪽 방에서만 지낸다”며 “지난달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돌파감염이 많다 보니 가족 확산의 원인이 되고 싶지 않아 ‘회식 후 각방’ 생활을 하기로 가족들끼리 정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수도권을 빠져나가 아예 지방에서 생활하는 ‘오미크론 피난’ 행렬도 있다. 백신 미접종자인 주부 최모(32)씨는 지난달 2살배기 딸과 함께 서울 집을 떠나 강원도 속초의 친정집에서 열흘째 머물고 있다. 최씨는 “남편이 서울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출퇴근을 해 코로나19 감염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높다”며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을 벗어나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친인척과는 식사를 자제하기도 한다. 백신 미접종자인 직장인 이모(34)씨는 “오미크론 확산 이후 가족 간의 식사 자리도 자제하고 있다”며 “지난 설 연휴 우리 집에 친지들이 방문했을 때도 현관에서 가벼운 인사만 나눈 뒤 (나는) 식사도 함께하지 않고 방에서만 머물렀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감염경로 중 ‘가족 간 감염’의 비중이 큰 상황이라 가족의 공동생활 공간 방역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실내는 주기적으로 환기하고 다중이용시설 방문이나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며 “의심증상이 있을 때는 신속하게 검사를 받고 결과 확인 때까지 분리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이형민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