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베이징 시내 분위기는 축제와 거리가 멀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선 선수단과 대회 운영관계자, 취재진 모두가 폐쇄루프(Closed loop)에 갇혀 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이들 외에 현지 중국인은 만날 수 없다.
창밖으로 비치는 폐쇄루프 인근 거리에선 시간대를 막론하고 3~4명 이상이 모여 있는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출근 시간에는 일부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이는 도로 위의 사정일 뿐이다. 기자단이 묵는 숙소와 메인미디어센터(MMC) 등은 2~3m 높이의 녹색 격리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선수촌 일부도 비슷하다. 선수단과 취재진 등은 숙소 내 검사장에서 최소 24시간 내 한 번 이상 목에 면봉을 넣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공항과 폐쇄루프 내 확진자는 하루 평균 30명 정도라고 밝혔다. IOC는 아직 베이징에 도착하지 않은 30% 정도의 선수단이 마저 합류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확진자 발생 건수도 안정권에 들 것이라고 봤다.
의료 부문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매클러스키 박사는 회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무증상 감염자다. 이들은 입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며 “폐쇄루프에 들어온 뒤 4~5일이 지나면 감염위험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IOC와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소수의 베이징 주민이 개막식과 일부 경기에 초청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떤 기준을 통해 이들을 선별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장에서 만난 베이징 소재 한 일간지 기자는 초청대상 선정기준을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가 우대하는 계층이나 신분의 인물만 경기장에 초청받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이들의 축제여야 하는 올림픽이 일부 특권층의 볼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피에르 듀크레이 올림픽 운영팀장은 구체적 기준을 묻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중요한 건 관중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라며 자세한 답을 피했다.
MCC 등 폐쇄루프 내에선 일부 들뜬 분위기도 보인다. 올림픽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오피셜숍에는 오전부터 종일 15m 이상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2층 체험관에서 중국 문화와 태극권 등을 접해보는 이들도 보였다. MMC에서 자원봉사 중인 한 대학생은 한국어로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를 쓸 수 있어 영광”이라며 “대회 기간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올림픽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