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본격화되자 미국 기술주 평가 냉혹해졌다

입력 2022-02-04 04:06
페이스북 새로운 사명 메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미국 빅테크의 주가가 잇따라 폭락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상승과 긴축 돌입으로 기술주 성장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내실에 따라 가차 없는 평가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는 부진한 실적을 내놓자마자 기업가치가 240조원 넘게 사라졌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29조원을 날렸다.

메타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 마감 후 공개한 재무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2억8500만 달러(12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8.3% 감소했다. 매출이 19.9% 증가했지만 비용이 37.8% 늘어 상당 부분을 깎아 먹었다.

가상·증강현실 관련 제품을 만드는 사업부 ‘리얼리티 랩스’는 지난해 연간 적자가 1년 전보다 53.9% 늘었다. ‘메타버스 올인’을 선언하고 사명까지 바꾼 회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성적표다.

일평균 이용자를 의미하는 일간활성사용자(DAU)는 지난해 마지막 3개월간 약 50만명 줄어 사상 첫 분기 감소를 기록했다. 이 기간 DAU는 19억3000만명으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19억5000만명에도 못 미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용자 감소는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컸다”며 “이는 회사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포화상태이고 가능한 한 많은 사용자를 추가하려는 오랜 노력이 정점에 달했음을 시사한다”고 해설했다.

올해 실적 전망치는 투자자를 더욱 실망시켰다. 메타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이 270억~29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1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는 S&P캐피탈IQ가 집계한 1분기 예상 매출 303억 달러를 밑돈다”며 “애널리스트들은 페이스북 역사상 가장 느린 성장 기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앞서 정규장에서 1.3% 상승 마감한 메타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22.9% 하락했다. 시가총액으로는 2066억 달러(249조563억원)가 사라졌다. 이 손실액은 인텔 시총과 비슷하고 맥도날드나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 시총보다 크다고 FT는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저커버그의 보유지분 가치는 240억 달러(29조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저커버그의 재산은 이날 종가 기준 1210억 달러(145조7000억원)였으나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폭락하면서 970억 달러(116조8000억원)로 줄어들었다.

통신은 나스닥 시장 정규 거래 시간에 메타 폭락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저커버그가 전 세계 10대 부자 명단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날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페이팔은 이날 정규장에서 24.6% 급락하며 510억 달러의 시총을 잃었다. 스트리밍음악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는 올해 1분기 가입자 둔화 전망에 시간외거래에서 23%까지 하락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