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박빙 대선… 중도층 표심잡기 TV토론서 판가름”

입력 2022-02-04 04:02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첫 대선 후보 4자 TV토론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선이 34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아 TV토론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국회사진기자단

TV토론의 영향력이 올해 대선에서는 과거 대선들에 비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TV토론은 지지층의 ‘확증 편향’만 강화했을 뿐 중도층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지자들만 더 강하게 뭉쳤고, 부동층은 TV토론을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학 교수들은 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아직도 지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중도·무당층 비중이 상당한 것이 한 요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초박빙 대혼전을 펼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말실수했다가는 벼랑에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3일 “전통적으로 TV토론이 투표하지 않을 사람을 투표하게 만들고, 지지 후보를 바꾸게 하는 경향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며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이들이 그 후보를 더욱 강하게 응원하는, 확증 편향을 갖게 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도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에게 유리한 정보 위주로 편향돼 TV토론을 시청한다는 분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는 TV토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전보다는 TV토론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재명·윤석열 거대 양당 후보의 호감도가 떨어져서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TV토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정보나 효과가 중도층 표심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금의 초박빙 여론조사 구도를 보면 작은 영향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을 34일 앞둔 3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에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대형 투표함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3월 9일 실시되며, 사전투표는 3월 4~5일 진행된다. 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부동층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29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 후보를 묻는 말에 ‘없다’ 또는 ‘모른다’로 답한 무당층은 20.3%로 조사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 교수는 “문제는 중도층”이라며 “예를 들면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MB아바타’ 발언을 했던 것처럼 확실하게 큰 말실수를 한다거나, 누가 봐도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상식 있는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외과 교수는 “중도·부동층들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도덕성과 가족 문제 등에 대한 실망감이 커 지지 후보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라며 “TV토론에서 내놓는 메시지의 진실성과 정책들이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에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토론회 결과에 따라 윤석열 후보가 치고 올라가느냐, 이재명 후보가 박스권을 돌파하느냐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3일 처음으로 열리는 4자 토론이 이후 개최될 토론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 교수는 “중도층 같은 경우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아예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첫 번째 토론”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