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들과 정보요원들이 수년간 호소해온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이 전자기파 등 외부 에너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아바나 증후군이 전자기기 또는 음파 장치 유도에 의해 발현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다른 요인으론 설명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두통이나 어지럼증, 인지장애, 이명 등을 호소하는 원인 불명의 신경계 질환이다. 2016년 쿠바 아바나에 주재하는 미국 공관원들에게 처음 발병돼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유럽 아시아 등 다른 나라 주재 미국 외교관과 정보요원, 군 인사들에게도 같은 증상이 보고됐다.
과학·의학·공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은 피해자 20여명을 인터뷰하고 1000건 이상의 관련 기밀문서를 열람했다. 조사 결과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들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했다. 거의 같은 증상을 보이는 점, 강한 지역성 또는 방향성(특정 방향에서 공격 받는 느낌)을 갖고 있다는 점, 증상을 설명할 다른 환경적·의학적 상황이 없는 점 등이다.
패널은 “확정적이진 않지만 외부 세력에 의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향성 펄스 무선 주파수 에너지가 아바나 증후군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펄스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큰 진폭을 내는 전압·전류·파동을 뜻한다.
이 같은 패널의 보고서는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가 내놓은 결과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CIA는 지난달 중순 아바나 증후군의 대다수가 환경적 요인, 의학적 조건, 스트레스 등에 의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패널 조사 결과로 적대국이 아바나 증후군을 일부 야기했다고 보는 피해자나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외 세력의 공격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