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사적 심부름·법인카드 유용… 李 ‘부인 논란’ 해명 진땀

입력 2022-02-04 04: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설 명절인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안동 김씨 화수회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인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심부름’ 논란과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진화하는 데 진땀을 뺐다.

이 후보는 직접 사과하며 부인 김씨 의혹에 대한 감사를 공식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이 후보는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3일 입장문을 내고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씨에 대한 과잉의전 당사자인 배모씨가 하급직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점 등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일부 언론에서 부적절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며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를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번을 계기로 저와 가족, 주변까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하고, 발 빠르게 감사를 요청한 것은 이날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이 후보 측은 감사를 통해 여러 의혹 중 일부는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법인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사적으로 사용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후보 업무와 관련된 공적 영역에 쓰기 위한 용도였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인 전직 경기도청 소속 7급 공무원 A씨의 주장 중 약 대리처방 의혹 등에선 사실관계와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이 선대위의 입장이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약은) 김씨가 복용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서 선대위 공보단은 “배씨가 생리불순, 우울증 등 폐경증세를 보여 치료를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밝혔다. A씨가 받아온 약을 김씨가 아닌 배씨가 복용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추가 의혹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청 직원들이 공관 행사 등 명목으로 대량의 샌드위치를 구입해 이 후보 자택으로 수시로 배달했다는 의혹, A씨가 이 후보에게 커피와 재떨이를 가져다주다가 배씨로부터 막말을 들었다는 의혹 등이다.

민주당 내에선 갑작스레 터져 나온 악재를 최대한 빨리 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배우자 갑질’이라는 프레임이 TV토론에선 만만치 않을 수 있다”며 “그동안 민주당이 김씨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인) 김건희씨와 비교하며 공세를 펴 왔기 때문에 더 구석으로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최승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