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김정은의 ‘백마 쇼’

입력 2022-02-04 04:10

설 연휴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마 쇼’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공개한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 제목의 1시간45분짜리 새 기록영화를 보면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 손으로만 말의 고삐를 잡은 채 혼자서 빠른 속도로 숲길을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무슨 ‘백마 탄 왕자’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이 장면이 공개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서 백마는 김일성 주석부터 내려오는 ‘백두 혈통’의 상징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시절에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다고 선전해 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백마에 오른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내외에 3대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 잇따른 탄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등을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방송은 지난해 열린 열병식 등을 비롯해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불리는 신형 SLBM,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성공 등을 치켜세우며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준동을 강력하게 제압하는 효과적인 억제 수단들의 질량적 강화에서 전략적 의의가 있는 사변”이었다고 선전했다.

다이어트와 연관 짓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작년 한 해 공개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살이 빠져 ‘건강 이상설’이 나도는 등 그 어느 때마다 건강 관련한 이슈가 많았는데, 승마가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체중은 2019년 약 140㎏였다가 20㎏ 정도 줄었다. 김 위원장의 ‘다이어트 성공’은 공개 활동 시간순대로 순차적으로 편집된 이번 기록영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국제사회 제재와 코로나19로 경제난이 심화돼 인민들은 갈수록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피폐해지고 있는데, 이런 백마 쇼가 얼마나 선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