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시어 대신 산문으로… 새해에도 ‘나태주 신드롬’

입력 2022-02-03 19:54 수정 2022-02-03 19:56
나태주 시인이 지난 1월 충남 공주시의 오래된 골목을 걷다가 잠깐 멈춰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과 그리 멀지 않은 이 골목길 곳곳에는 나태주의 시가 적혀 있다. 공주=김지훈 기자

나태주 시인의 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핫’한 시인인 그가 이번에 발표한 책은 모두 산문집이다. 작고 낡은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들이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가사에 글을 곁들였다. 평소 BTS의 노랫말에 관심이 있었다는 나태주는 자신에게 감동을 준 35편의 가사를 독자와 함께 읽어 내려가며 그 안의 메시지를 찾고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한다.


산문집과 같은 제목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대해 시인은 “제목부터가 가슴에 훅 들어왔다”면서 “젊은이들 어투로 그야말로 내 취향이었다. 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소년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고백한다. 세상에 이런 노래가 있고 이런 노랫말이 있었냐며 놀라기도 한다.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특별하지’란 구절에선 “이런 대목은 그대로 내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BTS가 2017년 2월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타이틀곡 ‘봄날’의 가사를 두고는 “노래가, 노랫말이, 이렇게 애상적이고,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가슴 저미도록 아파도 좋은 건지”라며 “반세기 이상 한글로 서정시를 써왔고 그런 가운데서도 사랑의 시를 주로 써온 사람으로서 하나의 반성이 있고 하나의 깨침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이란 대목에선 “김소월 선생의 ‘가는 길’의 절창이 여기 와 있네”라며 감탄한다.

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에선 여든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키면서 팬데믹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독자들의 어깨를 다독인다.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겐 “다른 이들에겐 내가 하찮은 풀꽃으로 보였겠지만 나 자신은 나를 소중한 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아니, 꽃이 되려고 애쓰면서 살아왔다. 그것이 길이다. 그것이 나의 길이고 또 너의 길”이라며 담담한 응원을 건넨다.

1부 ‘사람이 봄인 날이었습니다’엔 소박한 인연에 대한 따뜻한 예찬이 담겨있다.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서, 자신이 만든 공주풀꽃문학관 정원에서 스쳐 간 사람과 가족, 스승 이야기를 전한다. 2부 ‘마음을 빨래하듯 시를 쓴다’엔 시에 대한 고민, 아끼는 시에 대한 소개가 담겼다. 3부 ‘뜨락에서 배운다’에선 풀꽃들에게서 배운 지혜를 이야기한다.

나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 서다가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 생활을 마쳤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다. 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의 시집과 산문집, 그림시집 등 150여권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정지영문학상 등을 받았다. 충남문인협회장, 공주문화원장,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시인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