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이하 학점제)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 3월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게 된다. 정부와 교육청, 학교가 미리 정해놓은 학습 경로를 따르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면 이를 교육 당국과 학교가 뒷받침해주는 개념이다. 교육부는 “학교가 학생에게 맞추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고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학점제 요소를 교육과정에 가미한 연구·선도학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학교 현장의 충격을 줄이고 전면 도입에 앞서 보완할 부분을 찾겠다는 취지다. 학점제 연구·선도학교는 올해 일반계 고교의 84%에서 운영되며 전면 도입 한 해 전인 2024년에는 모든 고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점제 연구학교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학점제 연구학교에서 공부하고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지난달 29일 인터뷰했다.
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게 된다. 정부와 교육청, 학교가 미리 정해놓은 학습 경로를 따르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면 이를 교육 당국과 학교가 뒷받침해주는 개념이다. 교육부는 “학교가 학생에게 맞추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고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학점제 요소를 교육과정에 가미한 연구·선도학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학교 현장의 충격을 줄이고 전면 도입에 앞서 보완할 부분을 찾겠다는 취지다. 학점제 연구·선도학교는 올해 일반계 고교의 84%에서 운영되며 전면 도입 한 해 전인 2024년에는 모든 고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점제 연구학교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학점제 연구학교에서 공부하고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지난달 29일 인터뷰했다.
대구 호산고 이지호
-어떤 IT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원래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는데 고1 때 학교 수업을 듣고 IT기업가로 변경했다.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쪽이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사처럼 어려운 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돕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에 좀 더 끌렸다고 생각한다. 고1 때 로봇공학 관련 특성화반 수업을 수강한 이후 다양한 (학점제 관련) 프로젝트 수업이나 캠프에 참여하면서 창업가 정신을 접했고 생각이 점점 굳어졌다.”
-어떤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됐는가.
“우리 팀은 고교 3년 동안 장애인 관련 장비를 주로 제작했다. 특히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장비를 제작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각장애인이자 청각장애인인 분들이 비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과 휴대용 장비를 연동해서 서로 소통하도록 점자 기반으로 제작했다. 3D 프린터 작업을 포함해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팀원 스스로 했다. 교내 활동이었는데 현직에 있는 외부 강사님과 선생님이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현직에 있는 분이 가르쳐 주는 건 책으로만 배우던 게 실제로 보이고, 책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노하우를 배우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자신이 선택한 수업과 일반 수업을 비교한다면.
“수업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자기가 정말 좋아서 다른 과목에 가지 않고 듣는 친구들이니까. 다 같이 문제를 풀거나 발표를 할 때도 참여율이 80~90% 정도로 높았다. 조별 프로젝트를 할 때 다른 학생들의 성과에 기대고 팔짱 끼고 있는 ‘무임승차자’가 있으면 분위기가 순식간에 망가지는데 (선택형 수업에서는) 이런 친구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가 훨씬 좋았다. 학생들이 선택한 수업의 질이 다른 일반 수업보다 높은 것은 분명했다. 시간 낭비 없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직업계고가 아니라 일반계 고교생이라면 대입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팀은 학교에서 로봇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했고 실제로 로봇도 개발했는데, 사람들(입학사정관 및 대학 당국)이 우리가 어떤 과목을 공부했는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고교 3년의 배움이 학생부 1500자에 담길 수 없다고 본다. 대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도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입 부담을 덜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사와 강사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선생님들 중에 전혀 다른 전공을 가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분명 A교과를 가르치던 분이 갑자기 전혀 무관한 B교과를 가르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한 선생님이 서너 과목을 가르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럴 경우 수업의 질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현직에 계신 외부 인사들을 학교에서 모셔오는 경우 대체로 수업의 질이 높았는데 이런 수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