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삼표산업 전방위 수사… 특별감독도 만지작

입력 2022-02-03 04:04 수정 2022-02-03 04:04
소방당국과 경찰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정부와 수사기관의 칼끝이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향하고 있다. 사고로 매몰된 3명 중 마지막 실종자 정모(52)씨는 사고 발생 닷새 만인 2일 발견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삼표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의무 이행 여부를 파악 중”이라며 “현장 관계자 소환 조사도 진행한 뒤 최소한의 (범죄) 혐의점이라고 할 만한 단서가 발견되면 즉시 경영책임자 수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는 토사 30만㎥가 붕괴해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던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전원 목숨을 잃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6월과 9월에도 잇따라 노동자 사망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는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58시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이 법이 적용되는 1호 수사 대상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현장 자료를 대거 확보했다. 또 삼표산업 경영책임자 등이 사고 예방 의무를 지켰는지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할 예정이며 본사 추가 압수수색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적용 첫 사례인 만큼 CEO 수사 및 처벌 여부가 큰 관심이다. 고용부가 ‘최소한의 혐의점 발견’을 CEO 대상 수사 전환 시점으로 밝힌 만큼 실제 CEO 수사와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수사 대상 경영책임자는 최근 사고 관련 입장문을 낸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수사 결과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삼표산업의 대주주지만 등기상 법인 대표이사는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산업 측도 고용부의 압수수색 시점부터 법률자문가를 현장에 긴급 투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사고 직후부터 중대재해법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법적 방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소 압수수색 당시 회사 측 변호사가 입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형로펌 선임 여부 등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조만간 특별감독에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채석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정씨가 사용한 천공기의 잔해를 찾았다. 이후 천공기 주변 흙을 퍼내다가 오후 5시 35분쯤 천공기 기사 정씨를 발견해 수습했다. 이날까지 사고로 무너진 20m 높이의 토사 30만㎥ 중 약 3분의 1만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발파팀장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며 “본격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양주=박재구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