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을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100% 달성 시점을 2050년으로 전망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전망 당시 39.7% 수준인 이 비율을 토대로 잠재성장률과 고령화·저출산 등의 변수를 더해 계산했다. 그러나 국가채무비율은 불과 5년 만인 올해 10% 포인트 이상 오른 50.1%가 됐다. 현재와 같은 상습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 잠재성장률 하락, 예상치를 웃도는 인구 감소 속도가 이어진다면 국가채무비율 100% 달성 시점은 IMF가 예상한 시점보다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IMF가 비정기적으로 내놓는 한국 관련 보고서 중 문재인정부 시기 장기 재정추계가 포함된 보고서는 2018년 2월 발표한 ‘Selected Issues: Republic of Korea’가 유일하다. 해당 보고서는 2017년 정부 재정 상황을 토대로 국가채무비율이 100%에 달하는 시점을 추산했다. 당시 예산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국가채무비율은 39.7%, 2018년에는 39.6%가 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토대로 IMF가 내놓은 결론은 32년 후인 2050년이었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2050년 기준 국가채무비율 113%)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가채무비율 100% 달성 예상 시점은 IMF 예상보다 훨씬 더 앞당겨질 전망이다. 크게 3가지 요인이 당시와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일단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큰 폭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인 연평균 8.6%대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7차례 추경을 집행하며 6차례는 나랏빚인 국채를 발행했다.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잠재성장률 역시 당시 분석과 상황이 달라졌다. IMF는 한국의 2020~2030년 잠재성장률이 당시 기획재정부 예상치(2.6%)보다 낮은 2.2% 수준이란 가정을 두고 국가채무비율 추이를 계산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0%에 그쳤다.
인구 증가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성장률 보완이 가능하겠지만 이마저 힘들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한국 인구는 2020년 이미 정점을 찍으며 예상보다 8년이나 빨리 줄기 시작했다.
IMF는 당시 보고서에서 성장률 향상 방안으로 민간·공공 부문 정년 연장, 근로소득세 인상,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들었다. 하지만 대선을 한 달 앞둔 한국에서 IMF의 조언을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는 한 명도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문제는 미래세대가 아닌 현세대의 문제가 돼버렸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재정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