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맣게 썩은 엄마 엉덩이… 요양시설, 위기의 실버케어

입력 2022-02-03 00:04 수정 2022-02-03 00:0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다섯 번째 명절을 맞는 가운데 지난 31일 경북 칠곡군의 한 양로원을 찾은 가족이 대면 면회 금지로 유리문 넘어 세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매에 걸린 노모를 지난해 6월 수도권 한 요양원에 모신 A씨는 이번 설 연휴 면회 금지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추석 유리창 너머로 눈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다. A씨는 지난해 말 요양원으로부터 “어머님이 밤에 자꾸 깨어나 요양보호사가 잠을 잘 수 없다. 수면제 복용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마음에 걸려 면회를 가려 했었다. 그는 2일 “면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사들 눈치가 보여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약 기운에 계속 주무시기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보호자 면회 등 외부 접촉이 차단되면서 요양시설 내 돌봄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양원은 자원봉사자나 보호자 방문이 줄면서 보호사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보호자들은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는 건 아닌지 의구심과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80대 노인 B씨가 지난달 수도권 한 요양시설에서 8개월 만에 퇴소할 때 아들을 보자마자 한 말은 “아프다”였다고 한다. 아들은 당일 밤 부친 소변에서 피를 발견한 후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됐다. B씨는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혈뇨를 보기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B씨 아들은 “믿고 맡긴 요양원이지만 누구도 아버지의 증상을 알려주지 않아 졸지에 불효자가 됐다”며 “코로나19로 면회를 가지 못해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알아챌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말 경북 안동의 한 요양원에서 80대 노인이 요로감염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긴급 후송된 일도 있었다. 자식들은 1년여 만에 만난 어머니 둔부가 새까맣게 썩어 있는 것도 알게 됐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조사 결과 둔부 염증은 일주일 넘게 지속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노모는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한동안 두유만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요양원은 “증상을 발견한 즉시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업무 과부하로 보호자 통보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요양시설 내에서 방임이나 학대가 의심돼도 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지난해 6월 서울 성동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이 단적인 예다. ‘80대 노인의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노인은 요양병원 입원 한 달 만에 자식들에게 “요양보호사가 때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시설 내 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퇴소 과정에서 약해진 뼈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도 있어 학대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치매 증상으로 노인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한 사회복지사는 “피해자는 상당수 치매, 노환을 지니고 있어 시설 내 노인 학대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설령 알려지더라도 학대로 판정을 받는 건 까다롭다”고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시설 내 학대는 존재했지만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요양시설이 폐쇄돼 학대가 더 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으로라도 입소자의 상황을 보호자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