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묻다, 연결·공유 세상 정말 나아졌나

입력 2022-02-03 20:21

미국 최고의 테크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스티븐 레비(과학기술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 선임기자)가 쓴 ‘메타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의 내부로 깊게 들어간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가진 아홉 번의 인터뷰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과 나눈 300여 차례의 인터뷰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룬다.

구글,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빅 테크’ 기업을 다룬 책들은 창업자나 성공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이 책 역시 창업자와 역사를 포함하지만 페이스북을 둘러싼 최근 몇 년간의 논란을 자세하게 다룬다. 빅 테크에 대한 시각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비판적으로 변했다. 이 역풍의 핵심에 페이스북과 저커버그가 있다.

이 책은 한 거대 기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은 지난 몇십 년간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 그들이 가져다준 경이로운 혜택을 누리는 대가로 우리가 지불해온 것은 무엇인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며 디지털 기술과 빅 테크가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페이스북은 20억명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이 제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30대 중반의 저커버그다. 페이스북은 사용 빈도에 있어서도 압도적이다. 2016년의 어느 날 페이스북은 10억명이 로그인했다고 밝혔다. 하루 24시간 중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저커버그의 네트워크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시간 중 4분의 1가량이 페이스북에 쓰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공유의 신봉자로, 사람들이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세상은 그의 공유 철학을 팔 벌려 받아들였다. 그렇게 소셜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연결과 공유로 세상이 더 나아졌는지, 천재 창업가들의 기술 낙관주의가 유효한지 묻기 시작했다.

2010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페이스북은 자유를 가져다주는 힘으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2016년 필리핀의 독재자 두테르테가 권력을 확고하게 다진 뒤 그의 추종자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정적들을 악마화했다. 미얀마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도 페이스북을 무기 삼아 무슬림 소수 집단인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고 정치 전문가들은 불가능해 보였던 결과의 원인으로 ‘페이스북 효과’를 지목했다.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해 거짓 정보 공작을 펼쳤고,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가 트럼프 측에 넘어가 선거 운동에 이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책은 이런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며 세계를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이 세계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한다. 페이스북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차마스 팔리하피타야는 2017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든 도구들이 사회가 돌아가는 뼈대를 짓부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페이스북을 통해 빅 테크가 제공하는 편의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은 단순히 선호도를 남들에게 알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의 ‘좋아요’ 기록을 분석하면 개개인의 특질과 속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정부 기관, 심지어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신이 공유를 의도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지능, 성적 취향, 정치적 견해 같은 속성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예측이 개인의 안녕이나 자유, 심지어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이용자들을 연구한다. 이 데이터들은 주로 기업의 맞춤형 광고에 사용된다. 그것이 페이스북과 구글, 두 기업이 미국 전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이유다.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가 악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 최악의 사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가 페이스북 이용자 수백만 명의 개인 정보를 트럼프 측에 유출했고, 트럼프 캠프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조작 광고로 유권자를 공략했다.

“내가 페이스북을 조작해 당신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해주겠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순 없죠. 그렇다면 사람들의 두려움, 걱정, 관심, 편견을 활용해 무언가를 자극하고 촉발할 수는 있을까요? 당연히 할 수 있죠.”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뉴스피드의 편집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으며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피드의 내용이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어떤 게시물에 최고 순위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발전시켰는데 10만개 이상의 기준이 뒤섞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얼마나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의 선택은 분명 페이스북의 몫이며, 어떤 경우라도 이용자를 늘리고 유지하는 ‘성장’의 관점이 적용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알고리즘은 그간 객관성을 담보하는 명분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순기능으로 선전됐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여러분의 시간과 주의력을 최대한 집어삼킬 수 있을까?”가 알고리즘의 실제 목표다. “주의력을 붙잡아두는 전통적 방법이 21세기 들어 디지털 도구와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유해한 중독성 면에서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으며 “저커버그의 알고리즘은 거부할 수 없는 디지털 정크 푸드로 우리의 혼을 빼놓는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과 유해 정보를 제한하지 못했으며 악용을 막지 못했다. 또 알고리즘 뒤에 숨어서 정보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방치했고 사람들의 시간을 약탈했다. 책은 이런 비판에 대한 저커버그의 고민과 생각을 전한다.

“지난 몇 년간 얻은 크나큰 교훈은 사람들이 기술을 좋은 쪽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이었으며 사람들이 기술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자는 저커버그의 이같은 변론이 진심이라고 보면서도 고스란히 동의하진 않는다. 최근 제기된 논란과 비판은 페이스북이 이미 알고 있거나 우려하던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게는 성장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무시해왔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페이스북의 성공이 아니라 위기에 대한 이야기다. 또 페이스북의 위기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이 연결되고 공유할 때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리라는, 우리 시대를 지배해온 신념이 위기에 빠진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