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대선이 끝난 후에도 ‘대장동 특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특검을 해서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박영수 전 특검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목했다.
송 대표는 또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2차 박스권’ 갇혔다고 평가받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해 “윤 후보도 35~40% 지지율에 갇힌 상황”이라며 “호남 지지율이 60%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확장 여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양자 토론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윤 후보가) 자료 없이는 토론 못 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커닝페이퍼 없이 시험 못 치르겠다’와 같은 말이다. 후보 간 토론이 검찰이 피의자 조사하는 곳인가.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 나가 이틀간 대장동 문제를 얘기했다. 그러면 윤 후보도 국정감사장에 나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부터 ‘윤우진 사건’, 처가 문제 등을 놓고 우리 당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아보라. 지지율 1위, 2위를 다투는 후보라면 그에 맞는 정치적 담론으로 대화해야 한다.”
-대장동 특검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억울한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누구인가.
“박영수 전 특검과 윤 후보라고 본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에 빌려줬다고 하지만,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 윤 후보는 김만배씨가 (녹취록에서) ‘형이 가진 카드면 죽는다’고 특정했다. 김씨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연희동 집을 어떻게 우연히 사줬을 것으로 보나. 또 김씨 매형이라는 분은 윤우진(전 용산세무서장)과 같은 세무 직원이어서 친했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우연일 수 없는 구조가 특검을 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송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과 관련해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가.
“한 달 정도 고민했는데, 정권교체 프레임이 워낙 강하니 설 전에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설 밥상’에 대장동 의혹이나 정권교체론이 올라가면 문제가 커지겠다고 판단했다. 선거 프레임을 기득권 교체·정치교체로 바꿔야 했고, 국민께서도 조금만 생각하시면 수긍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진들의 후속 움직임이 없는데, 아쉽지 않은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나. 제 선택도 다른 분의 불출마를 강요하거나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징적으로 당대표가 한 것이다. 다만 4선·5선 등 중진 의원들은 이번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 무슨 명분으로 다음 총선에 나갈 수 있겠나. 우리 당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86용퇴론’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데.
“여야 모두 국회의원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됐다. 300명 국회의원이 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이재명 후보는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3번의 선출직 공무원 경험이 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첫 출마다. 저 같은 다선 의원은 정말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이 후보 지지율이 ‘2차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윤 후보도 같은 상황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55%인데, 윤 후보 지지율도 35~40%에 갇혀 있다. 그런데 왜 우리만 박스권이라고 하나. 호남 지지율이 60% 정도이기 때문에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능성이 있지만,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쉽지 않을 것이다. 윤 후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일화를 하려면 권력을 나눠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공천권 같은 권력을 나눌 자세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만약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친위정당’이 될 것이고, 이 대표와 홍준표 의원은 ‘팽’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 후보나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모두 이 대표를 달갑게 수용하려는 구조가 아니다.”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재명정부도 새로운 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잘한 점을 계승하되, 부동산 문제와 같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정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얼마나 큰 혼란이 발생하겠나. 국가를 위해 장점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대선만 끝나면 전임 정권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악순환을 깨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잘못한 점을 지적한다면.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를 향해) ‘무능한 삼류 바보를 데리고 나라를 망쳤다’고 평가했는데, 그중 맞는 것 한 가지는 (문재인정부가) 윤 후보를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이라고 내가 얘기했다. 민주당도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윤 후보를 봐준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민주당 대표로서 계속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도 잘못했다. 초기 단계에서 공급을 늘리지 않고 계속 규제만 하자고 한 것에 대해 수차례 반성했다. 그래서 당대표가 되자마자 부동산 세제를 고쳤다.”
-윤 후보가 사드(THAAD) 추가 배치를 공언했는데.
“윤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북한이 서울을 공격하는데 고고도와 장거리미사일을 사용하겠나. 군사적 지식이 없는 것이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