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며 최악의 한 달을 맞았던 글로벌 증시가 추세 반전을 꾀하고 있다. 빅테크의 호실적에 힘입은 미국 증시는 최근 3일간 5% 안팎으로 상승하며 낙폭을 일정 부분 만회했다. 전고점에 비해 반 토막 났던 암호화폐도 소폭 올랐다. 긴축 발작이 일으킨 ‘소공황’이 끝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데드캣 바운스(큰 폭으로 떨어지던 주가의 일시적 반등)’에 불과할 뿐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1일까지 3거래일간 6.8% 올랐다. S&P500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4.9%, 3.7% 상승했다.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P500의 1월 28일 상승 폭(2.43%)은 2020년 6월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이 금리 인상과 긴축에 대한 공포를 눌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장 마감 후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오른 753억 달러(약 91조원), 206억 달러(약 24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발표된 애플의 4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뉴욕타임스는 “연속적으로 하락하던 뉴욕 증시가 애플의 준수한 실적 등의 호재로 마침내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얼어붙던 암호화폐 시장도 조금씩 우상향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달 말 3만5000달러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2일 3만8000달러 선으로 회복했다. ‘고래(큰손 투자자)’의 저가 매수 소식도 들려왔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비트코인 660개를 개당 3만7865달러에 추가 구매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2월에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미국 통화긴축으로 인한 우려와 충격이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업자는 “강한 매도세 이후에는 대칭적인 매수세가 따랐다”며 “증시의 맹렬한 랠리를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산가격 급락을 촉발한 거시금융 환경이 그대로인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상수다. 일시적 반등 후 약세장에 돌입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설 명절을 맞아 휴장한 코스피가 연휴 뒤 미 증시 영향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긴 연휴가 오히려 독이 돼 미 증시 동조화 현상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