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에… 은행권 사상 최대 실적

입력 2022-02-03 04:08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에 힘입어 은행권이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시중은행 직원들은 역대급 특별퇴직금 등에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국책은행과 외국계 은행은 예년보다 못한 보상을 받으며 희비가 갈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지난달 희망퇴직 형태로 직장을 떠난 은행원은 1817명에 달한다. KB국민은행 674명, 신한은행 250명, 하나은행 478명, 우리은행 415명이 각각 짐을 쌌다.

은행권에서 연초부터 퇴직자가 쏟아진 배경에는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희망퇴직 조건이 있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직급·근속연수에 따라 23~35개월치 급여와 최대 28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재취업지원금은 최대 3400만원으로, 작년보다 600만원 올랐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시중은행은 팬데믹 기간 늘어난 대출 수요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이 같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하나은행의 경우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까지 직급을 불문하고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반면 같은 은행권 중에서도 국책은행이나 외국계 은행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접기로 한 씨티은행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IBK기업은행은 이번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급증한 대출수요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국책은행이 서민들의 고혈을 쥐어짜 ‘성과급 잔치’에 나선다는 비판을 의식한 모양새다.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