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쓴 기독교로의 초대

입력 2022-02-04 03:06
게티이미지뱅크

서점 가판대 위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들’을 표방하는 책들이 독자들을 향해 손짓한다. TV에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잡학 박사’라는 친근한 수식어를 달고 ‘알아두면 쓸데없을 것 같지만 신비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잡학 지식’을 수다로 풀어놓는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소위 ‘어렵고 따분한’ 영역에 있는 주제들을 ‘쉽고 재미있는’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이뤄진 영역의 이동은 해당 주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준다.

주제어로서의 ‘기독교’는 어떨까. 사람들에게 교회와 기독교는 여전히 교양수업보다는 전공수업,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저자는 이 같은 현실을 ‘소통’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그리고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끼리도 서로 소통하기 어려워하는 문제의 핵심을 ‘앎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책은 성경의 탄생 과정, 성경을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의 역사와 주요 장면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어 환경 과학 심리학이 기독교 세계관과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선악과 이야기를 그루밍 문제와 연결지어 설명하는가 하면, 왜 한국교회에 수많은 교단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골목상권과 원조 맛집 논란에 투영시키기도 한다. 바다 생태계 문제를 조명한 넷플릭스의 탐사다큐멘터리와 탄소배출권 문제를 ‘인간이 종말을 창조한다’는 명제에 비추어 소개할 땐 절로 무릎을 치게 한다.

마지막 장인 ‘한국 기독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과제’에서는 한반도 선교 역사의 명과 암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의 맥락과 궤를 같이하는 한국 기독교가 3·1운동을 변곡점으로 맞이하고, ‘진보적 기독교’와 ‘보수적 기독교’로 분열하며, 부흥기와 쇠퇴기를 넘어 혐오기(기독교 포비아)로 진입하게 된 현실을 단편영화처럼 투사한다.

다행히도 저자의 갈무리는 혐오기를 당면한 현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 기독교가 나아갈 길을 제언하며 교회 역사에서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기독교가 비주류에 있을 때 가장 순수하고 역동적이었음을 역설한다. 이어 사회의 비판에 억울해할 게 아니라 사회의 낮은 자리에 시선을 두고 ‘복음의 공공성’과 ‘거룩함’을 회복하자고 권면한다.

기독교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독교인, 기독교를 비판하면서도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면 상식적 대화를 위한 기독교 분야의 지적 토대를 쌓을 수 있겠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