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 통상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1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동시에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액이 수출액을 역전한 탓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겉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5.2% 증가한 553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1월 기준 최대 수출액 기록을 다시 쓰기는 했지만 속내가 타들어간다. 지난달 수입액이 602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가 48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가 1966년 무역 통계 작성 이후 56년만에 최대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적자폭이 크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유류와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 적자폭을 확대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3대 국제유가는 지난달 31일 기준 배럴 당 88.15~91.21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폭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배터리용 원자재 중 하나인 리튬의 경우 지난달 국제 거래가가 전년 동월 대비 210%가량 올랐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돼 높은 생산 단가가 이어질수록 수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이윤이 줄어든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시적 현상이면 괜찮지만 장기화할 경우 경제성장률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코로나19 장기화 등 추세적으로 에너지·원자재 모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