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모(47·사진)씨가 외상거래로 100개에 달하는 주식 종목에 투자하다 횡령금 대부분을 날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기 계좌로 공금을 이체하기 위해 한도를 늘리는 과정에서 상급자 계정을 도용해 로그인한 뒤 ‘셀프 결재’를 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김씨가 주식 미수거래를 했다가 횡령한 돈 대부분을 잃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주식 미수거래란 본인이 가진 돈보다 2.5배 많은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제도다. 대금을 갚지 못하면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 매매’가 이뤄진다.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이던 그는 지난 1일 범행 대부분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IT와 바이오 분야 우량주부터 주당 가격이 1000원 아래인 소위 ‘동전주’까지 100개에 달하는 종목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수거래를 한 뒤 상당수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금까지 날리는 사례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1차 분석에서도 김씨 횡령금 대부분이 주식투자로 사라진 것으로 나왔다.
김씨는 범행에 활용한 구청 업무용 계좌의 이체 한도를 늘리기 위해 은행에 허위 공문서를 보내면서 스스로 결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용으로 공유된 상급자의 결재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이 올린 허위 공문을 직접 결재했다는 것이다. 주로 금전 거래와 관련해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문서들의 경우 셀프 결재를 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경찰은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구청 측이 범행 1년여가 지난 최근 횡령 사실을 인지한 이후 기금 관련 결재 문서를 확인한 결과 ‘검토자’가 없는 문서도 다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상급자 계정에는 접근이 가능했지만 해당 문서 검토 담당자 계정까지는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허위 공문서는 정식 결재 라인을 거치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김씨가 맡아온 업무였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고 결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청 관계자 7명과 기금을 보낸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지만 뚜렷한 범죄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횡령금 일부가 김씨 가족 명의 계좌로도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이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은 3일 김씨를 서울동부지검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