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후엔 사진 찍으며 ‘분위기 업’… 다시 도전하는 금빛 질주

입력 2022-02-03 04:02
이유빈(오른쪽 두 번째)을 포함한 대한민국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이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베이징=권현구 기자

“뭐 하는 거야! 조금만 더 깔아 나오자! 좀 더 힘내!”

중국 수도 베이징의 난창허(南長河) 강줄기 아래 자리한 서우두(首都) 체육관 빙상장에서는 2일 아침부터 우리말 외침이 들렸다. 쇼트트랙에서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한국 국가대표팀은 이틀 뒤 개막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곳에서 매일 훈련에 매진 중이다.

공식 훈련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선수단은 훈련을 시작했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 표면을 긁어내는 소리가 빙상장에 울렸다. 선수단은 등에 양손을 얹은 쇼트트랙 특유의 자세로 천천히 빙상장 트랙 위를 돌며 몸을 풀었다. 워밍업이 끝나자 혼성계주에 대비한 듯 남녀 선수가 각각 1명씩 조를 이뤄 코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랙을 함께 돌며 다음 조를 밀어주는 연습을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노장 곽윤기(32)를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됐다. 개막 이튿날인 5일 여자 500m와 남자 1000m 예선, 혼성 계주 예선과 결승을 치르며 일정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이번 올림픽 첫 경기 일정이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 첫선을 보이는 혼성 계주에서는 남녀 막론하고 쇼트트랙 최강국답게 금메달을 노린다.

트랙을 돌며 본격적으로 실전훈련을 하는 동안을 빼면 선수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곽윤기를 중심으로 선후배 선수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담소를 나눴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하기보다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선수단은 각 종목 연습을 마친 뒤엔 기념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이런 모습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발전 1위였던 심석희가 징계를 받아 낙마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지난해 11월 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셋을 따내 자존심을 회복하긴 했지만, 그에 앞선 1~3차 월드컵 대회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여기에 더해 생애 처음 겪는 ‘폐쇄 올림픽’때문에라도 분위기가 처질 수밖에 없다.

AP통신 등 외신이 이번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기도 한 이유빈(20)은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코로나19로 인해) 출입을 폐쇄당해 힘든 분위기다. 이 속에서 (컨디션이) 처지지 않고 누가 잘 즐길 수 있는지가 이번 대회의 성공 키워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시합에서 긴장하지 않고 잘 즐겨서 탈 수 있는 이가 가장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치올림픽을 제외하면 2010년 밴쿠버올림픽부터 참가해온 곽윤기는 “지난 올림픽을 돌아보면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훈련이 끝나고 사진 한 번 찍고, 주변이나 뒤를 돌아봐야 하는 순간을 너무 많이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은) 나중에 남는 것이니만큼 제가 경기 외적인 걸 억지로라도 챙겨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회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 분야를 총괄하는 브라이언 매클로스키 박사는 “지난 24시간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32명이 발생했다. 17명이 폐쇄회로 안, 15명이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피에르 듀크레이 IOC 올림픽운영팀장은 일부 입장시킬 관중을 어떻게 선별할지 묻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다. 초청 형식에 기반해서 현지 주민에게 한정된 숫자를 허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