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1년… 군부 장기집권 계획에 멀어지는 민주화

입력 2022-02-03 04:04
미얀마 양곤의 짜욱더다에서 학생들이 반 군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미얀마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미얀마 민주화의 길이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연장에 이어 총선 비례대표제 도입 등 쿠데타 1년을 기점으로 군부가 장기 집권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2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23년 예정된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사실상 승인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제를 찬성한다”면서 “비례대표제는 소수 민족을 폭넓게 대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비례대표제는 군부 지지 정당들의 의회 진입을 쉽도록 하는 제도로 평가된다. 현재 미얀마 선거법에 따르면 연방의회의 상·하원 전체 664석 중 군정이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의 25%인 166석은 군부에 사전 배정되고 나머지 498석은 선거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그동안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온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와디는 “미얀마 내 90여개 정당 중 약 30개가 군부 지지 정당으로 여겨진다”면서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미얀마 민주 진영이 의회 내 지배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군부는 비례대표제 도입과 더불어 새 총선 실시 이전에 군정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해 향후 민주 진영을 고사시키는 데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장기집권을 위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흘라잉 사령관은 지난달 31일 국가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국가비상사태 기간에는 군부가 합법적으로 민주 세력을 탄압할 수 있게 된다.

또 가택 연금 중인 수치 고문의 정치적 재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수치 고문은 지난해 12월 선동 및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으로 징역 2년형, 지난달 10일에는 무전기 불법 소지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이 추가로 선고됐다. 수치 고문은 이밖에도 10개 안팎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을 더 남겨두고 있고, 내달 14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60년형 이상의 선고도 가능하다.

한편 미얀마에선 군부 쿠데타 발생 1주년인 1일 양곤과 만달레이, 미치나 등 곳곳에서 ‘침묵 파업’이 진행됐다. 침묵 파업은 출근을 거부하고 장사를 하지 않음으로써 군부에 저항하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자는 반군부 운동이다. 또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는 군부를 비판하는 기습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국제사회도 폭력을 중단하라고 군정에 촉구했다. 한국과 미국 등 10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개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