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28명 “대선 흔드는 무속 논란 우려”

입력 2022-02-03 03:01
강경민(왼쪽 세 번째)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등 ‘비선정치·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선정치·무속정치를염려하는그리스도인 제공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무속 의존’ 논란이 확산하면서 기독교계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후보 지지 여부를 떠나 무속에 의존하는 비선 실세와 정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이정배(전 감신대) 채수일(한신대) 임희국(장신대) 교수 등 신학자 28명이 대선 후보 무속 논란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정치 구조는 왕정(王政)도 신정(神政)도 아닌 민주주의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공론의 장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맑은 정신의 힘, 즉 이성”이라며 “그럼에도 주술에 예속된 채 대선에 나가 국정을 논하고 이끌겠다고 하는 이가 있으니 묵과할 수 없다. 국정이 점술에 의해 농단당할 때 올 수 있는 끔찍한 혼란과 위험한 사태를 심히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무속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회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학자들은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묵과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지와 연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그들의 신은 사실상 우상임이 틀림없다. 그들은 정치 권력을 지향하고 있으며, 실상은 반기독교적 세력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도 앞서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과 검찰, 권력층에 만연된 무속적 신앙 의존 태도는 지지할 수 없다”면서 “무속 세계관에 따라 인사와 정책 수립, 남북관계에 대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주술적 공간에서 합리성이 배제된 의사 결정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교단 목회자들도 연이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목회자와 성도로 구성된 ‘무속정치를 반대하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목회자평신도연대’는 지난달 28일 낸 성명에서 “보편적 가치에 충실한 건전한 종교 사회관을 벗어난 무속과 주술, 사이비적 요소를 신봉하는 자라면 그가 어떤 정치인이든 우리와 국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목회자평신도연대도 지난달 25일 “비선 실세와 정치 권력의 야합, 무속인의 결합은 국정 농단을 일으킨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을 떠오르게 한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속에 의존하는 비선정치를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도들은 무속 논란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 평광교회에 출석하는 A집사는 2일 “기독교인으로서 무속에 휩쓸리는 정치는 명확하게 반대하며 앞으로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장창일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