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개 대회 연속이다. 아시아에선 처음, 세계에서는 6번째다. 10회 연속 본선 무대를 경험한 국가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경기 내내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통해 점유율을 높였고 특유의 빌드업 축구로 시리아를 공략했다. 전반은 순탄치 않았다. 시리아의 촘촘한 수비벽을 좀처럼 뚫지 못했고, 역습을 허용해 실점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은 달랐다. 벤투 감독의 권창훈 교체 카드가 주효했다. 대표팀은 후반 8분 김진수의 헤딩골로 앞서갔다. 김진수는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후반 25분에는 권창훈이 이재성과의 패스 연계 이후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왼발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노리는 중거리 슈팅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6승 2무(승점 20점)로 무패행진을 달린 한국 대표팀은 남은 2경기와 결과와 상관없이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국은 멕시코 대회 이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다. 통산 진출 횟수는 11회로 늘어났다.
이번 본선 진출 과정은 여느 때와 다르게 순조로웠다. 태극전사들은 1990년대 이후 매번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다른 나라의 마지막 경기 결과까지 지켜보며 가슴을 졸인 적도 많다. 1994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북한을 3대 0으로 꺾고 이라크-일본전 결과를 기다렸고, 이라크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린 덕에 일본을 제치고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우즈베키스탄과 나란히 승점 14점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에서 1골 앞서 가까스로 본선행에 올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은 마지막 10차전에 우즈베키스탄과 0대 0 무승부를 기록해 천신만고 끝에 본선 무대에 진출했다.
벤투 감독은 전방 압박과 빌드업 축구 등을 대표팀에 성공적으로 이식시키며 월드컵 무대 진출을 이끌었다. 2018년 8월 22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995일)을 넘어 역대 최장수 감독에도 이름을 올렸다.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