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묵상하는 삶 살며 복음으로 영성을 회복하자”

입력 2022-02-03 03:06
임영수 목사와 딸 임에스더씨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양평 모새골 예배당 오르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양평 모새골에 지난달 26일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모새골은 개신교에서는 다소 낯선, 피정을 위한 공간이다. 안개는 경건함을 더하는 듯했다. 예배당은 나지막한 언덕 끝에 있었다. 한참 걸어 오르자 오르간 연주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배당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찬송가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였다. 연주자는 묵직하고 날렵한 소리를 내는 건반을 번갈아 치며 화음을 빚어냈다.

오르가니스트 임에스더(42)씨가 연주를 마치자 뒤에 있던 임영수(83) 목사가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아버지와 딸은 신앙인의 묵상 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임 목사는 “새해에는 묵상하는 삶을 살며 복음으로 영성을 회복하라”고 덕담을 건넸다.

서울 남대문교회와 영락교회, 주님의교회 담임을 지낸 임 목사는 2003년 ‘모두 새로워지는 골짜기’라는 의미를 지닌 모새골을 설립한 뒤 구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부녀는 ‘동경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르비빔)라는 제목의 묵상집을 냈다. 오르간 연주를 들으면서 묵상할 수 있도록 편집한 책이다. 연주는 책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묵상하는 삶을 사는 임 목사가 묵상집을 낸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딸이 연주를 통해 묵상집에 참여한 건 의외였다. 임씨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했지만 아버지의 글이 ‘젊은 옷’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했다”며 “책이 나온 뒤 내 또래들도 좋아해 줘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묵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한다’이다. 홀로 하는 일이다 보니 잡념과의 싸움은 성숙한 묵상을 위한 첩경과도 같다. 임 목사는 “묵상의 출발은 깊은 숨쉬기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이 숨 쉴 때 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며 “깊은 숨은 잡념도 극복하도록 돕는다”고 소개했다.

묵상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딸에게 묵상의 의미를 물었다. 임씨는 “아버지를 따라 묵상을 훈련하며 다정하신 하나님을 알게 됐다”면서 “힘든 일이 생겨도 다정한 하나님을 생각하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영원한 실재’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의미했다. 그는 “코로나가 인간에게 영원한 실재에 대한 목마름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이와 동시에 그동안 누렸던 것들의 무의미성을 깨닫게 하고 복음의 본질로 향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 무너지고 없어져도 굳건히 남아 있는 건 바로 우리 존재의 기반인 하나님”이라며 “새해, 모든 성도가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실재하심을 체험하자”고 권했다.

부녀는 묵상과 오르간 연주가 어우러진 사순절 묵상집도 만들고 있다. 임 목사는 “말씀을 묵상하는 건 하나님이 전하는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체화하는 데 유익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전했다.

양평=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