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은 ‘고통과 억압을 잘 견디는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단 몇 초를 참지 못하고 ‘닫힌 버튼’을 누릅니다. 성격이 급하다 보니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입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으나 지금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속도 조절을 하는 차원에서 ‘오래 참음’이 필요합니다.
오래 참음은 ‘인내’와 같은 뜻입니다. 어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고통과 힘든 과정을 꾹 참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오래 참아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하나님께서 죄인 된 우리와의 관계에서 오래 참으심의 본을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은혜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였습니다. 모세는 출애굽 광야에서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을 체험한 후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고 했습니다(출 34:6).
오래 참음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필요합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만나는 시간과 알아가는 시간, 갈등 해소와 우정이 깊어져 가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래 참으면 얻는 유익이 많습니다.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오래 참지 않으면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예를 목회 현장이나 직장과 생업 터에서 많이 경험했으니 무엇을 하든지 서두르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묻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야 합니다.
오래 참음을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해야 합니다. 세상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풀렸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일입니다. 일이 힘들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도서 7장 14절은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고 했습니다.
또 오래 참음을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지키는데 적용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의지하는데 많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가나안으로 부르실 때 ‘땅을 준다’ ‘자손을 준다’ ‘복의 근원자가 되게 한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이 그 약속을 믿고 가나안 땅에 거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사라가 자녀를 낳지 못했습니다. 믿음과 인내가 바닥나자 인간적인 방법으로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사라에게서 약속의 자녀가 태어나는 것인데 그 약속을 믿지 못하고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그때부터 아브라함의 가정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났습니다. 그중 하나가 이스마엘과 이삭이 각각 아랍과 이스라엘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세상을 떠난 지 40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 민족 간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그의 뜻대로 자손을 낳은 결과 후손들이 대대로 싸우는 비극을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잘하려고 할수록 ‘의심 마귀’가 접근합니다. 성경이 진짜 하나님의 말씀일까? 꼭 매주 교회 출석을 해야 하고, 성경을 읽어야 할까? 하나님을 떠나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등 사탄이 여러 방법으로 우리 믿음과 인내를 시험합니다. 그러니 예수 이름으로 단호하고 물리치면서, 오래 참음으로 믿음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박재수 목사(제7영도교회)
◇부산 영도에 있는 제7영도교회는 1981년에 설립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소속 교회다. 제7영도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양육하고 복음으로 지역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