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7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상고심에서 내린 판단의 핵심은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전 교수 측은 1, 2심에서부터 줄곧 “동양대 휴게실 PC 등은 위법수집 증거”라는 논리로 검찰 공소 사실에 맞서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동양대 PC와 금융거래자료 등 검찰이 수집한 증거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증거능력 탄핵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에서도 ‘반전’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 전 교수 측은 심리 내내 검찰이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깨는 데 집중해 왔다. 문제의 PC에는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 입시비리 의혹을 입증할 증거들이 담겨 있다. 정 전 교수 측은 “포렌식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피의자의 포렌식 참여권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나온 것도 정 전 교수 측은 활용했다. 이 판결은 별도로 진행 중인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 언급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판례가 언급한 근거를 토대로 동양대 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사건 PC는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으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보관한 것”이라며 “이 사건 각 PC나 거기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정 전 교수의 소유·관리에 속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 전 교수도 여러번 주장을 바꾸긴 했지만 1심 첫 공판기일에 “이 PC는 동양대에서 공용으로만 사용됐다”고 했었다.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도 모두 인정된다고 대법원은 봤다. 당시 정 전 교수가 해당 컴퓨터를 통해 위조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입시 기관에 제출했다는 취지의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PC를 사용해 생성된 전자정보는 범행 동기와 경위, 수단 등을 증명하기 위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구조라면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서도 다시 동양대 PC가 증거로 쓰일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이 위법했다는 변론도 대법원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차명계좌 주식거래 의혹과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수사하면서 관련 영장을 금융기관에 팩스로 우선 보냈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영장 원본이 사전에 제시돼야 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금융기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수신한 후에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을 제시한 경우도 예외적으로 적법한 집행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증거은닉교사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2심 재판부는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사람(자산관리인)에게 증거를 은닉하도록 했다”며 해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정 전 교수 유죄 확정에 따라 딸 조민(31)씨의 고려대 입학 취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려대 측은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에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