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일(45·사진)은 2017년 덴마크 왕립 오페라극장의 전속 솔리스트가 된 지 3년 만인 2020년 극장 역사상 첫 동양인 종신 단원이 됐다. 그가 29~3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 ‘레퀴엠’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카페에서 고경일을 만났다.
덴마크 왕립 오페라극장(1700석)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현대적인 오페라극장으로 꼽힌다. 고경일이 종신단원이 된 비결은 뭘까.
“이곳 극장은 종신은커녕 전속 솔리스트로 아시아 출신과 계약한 적도 없을 정도로 보수적입니다. 제가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동료들과 좋은 소통능력을 보여주자 평생 함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것 같아요.”
고경일은 해외 활약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그는 다소 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한예종 전문사 과정을 거쳐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 오페라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았다.
“교회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으로부터 제 목소리가 성악에 맞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버지 사업이 외환위기 때 망하지 않았다면 성악가를 꿈꾸진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에서 성악을 제대로 배운 뒤 KBS 신인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습니다. 2002년 유럽 유학을 떠나고 얼마 안 됐을 때 이탈리아 베르디 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죠.”
2005년 프랑스 마르몽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8년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영 아티스트 오디션에 합격했다. 왼쪽 귀의 청력을 잃는 시련이 찾아왔지만, 수술을 거쳐 6개월 만에 회복했다. 아내(소프라노 김지혜)의 권유로 2017년 덴마크 왕립 오페라극장의 베이스 오디션을 치러 합격했다.
그는 “이곳에서 경력을 더 쌓으면 한국을 비롯해 덴마크 이외의 나라에서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