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브라이어(사진) 미국 연방대법관이 6월 말 은퇴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1994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지명됐던 진보성향의 브라이어 대법관은 올해 83세로 9명의 대법관 가운데 가장 고령자다.
미 연방대법관은 본인이 퇴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평생 일할 수 있는 종신직이다. WP는 “따라서 브라이어 대법관이 스스로 사퇴를 결정한 일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상원을 단 한 석 차이로 간신히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으로부터 ‘이번에 용퇴해야 진보성향의 새 대법관을 내세울 수 있다’는 상당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미 연방대법관이 가장 최근 교체된 것은 2020년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젊은 데다 보수성향 여성 법조인이었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지명해 상원 인준을 받았다. 배럿 대법관의 지명은 대법원 내 가장 진보적인 인사였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면서 이뤄졌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주당으로부터 “늦지 않은 때에 스스로 용퇴하는 결단을 보여야 그 자리를 다시 진보성향 판사로 채울 수 있다”는 압력을 받았지만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브라이어 대법관은 여성의 낙태 권리, 미국인의 의료복지서비스 접근권 등을 지지하는 판결문을 작성하는 등 진보적 판결에 힘을 보탠 인물이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증진하는 판결과 사형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수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P는 그러나 “브라이어 대법관은 대법원 내 이념적 대립을 최소화하고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보수 강경 인사와도 타협할 정도로 온건하고 중도적인 진보 인사”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어 대법관이 퇴임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임자를 지명하게 된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 중 보수와 진보성향이 6대 3으로 나뉜 보수 절대 우위 구도다. 바이든 대통령이 진보 인사를 지명하더라도 그 지형은 변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임기 동안 연방대법관 공석이 생길 경우 흑인 여성을 후임에 앉히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후임에는 브라이어의 재판연구원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던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대법원 대법관인 레온드라 크루거 역시 후보군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