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부산엔 ‘사랑의 라이더’ 뜬다

입력 2022-01-28 03:02
부산 수영로교회 성도들이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교회 앞에서 ‘수영로 라이더’ 행사에 쓰일 선물 세트를 들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에 출석하는 노두석(46)씨 가족은 설날이 설렌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설 선물 나눔 행사 ‘수영로 라이더’ 참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수영로 라이더는 홀로 사는 어르신, 다문화, 장애인, 조손 가정 300곳에 설 선물을 비대면으로 배달하는 행사다. 노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음이 외롭고 생활이 힘든 사람들에게 설 선물을 배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아내 장선희(41)씨, 딸 하경(11)양과 함께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을 배정받은 주소지로 ‘배달’할 예정이다. 노씨는 “지난 설에는 쪽방촌에 갔는데 우리 가족의 인기척에 안에 계시던 어르신이 나와서 우연히 맞으셨다”며 “두 분은 ‘오랫동안 아들 내외와 손녀를 보지 못했는데 여러분이 꼭 내 아들, 며느리, 손녀 같다’며 정말 고마워했다”고 했다. 하경양도 이 일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노씨 가족을 비롯해 이 교회 약 100가정이 라이더를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설날을 맞아 온정을 나누는 교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 수영로교회는 2019년부터 추석과 설 명절마다 이 행사를 하고 있다. 수영로 라이더를 담당하는 김도림 목사는 “1시간 넘게 떨어진 경남 김해까지도 라이더가 가는데 한복을 입고 매번 참가하는 가족들이 있을 정도로 성도들의 호응이 뜨겁다. 받아보는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어르신들도 좋아하신다”고 했다.

올해 설을 맞아 수영로교회가 준비한 선물은 한과와 생활용품 세트다. 김 목사는 “여러 가지 전을 구워 나누고 싶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지면서 음식을 만들지 못했고 비대면으로 선물만 전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중앙교회(호용한 목사)는 주민센터와 협력해 취약계층 6가정에 생활지원금 50만원씩을 전달하고 장애인 가정 20곳에는 고기 선물을 들고 직접 찾아갔다. 호용한 목사는 “교회가 따뜻한 손길이 더 그리워지는 명절에 이웃을 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특히 움직이기 불편한 장애인분들은 성도들의 방문을 받을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국조찬·회장 이봉관 장로)는 전날 서울 강남구 역삼1·2동의 사회 취약계층 돕기 후원 행사에 생활용품 세트 600개를 후원했다. 생활용품 세트는 비누 샴푸 치약 햇반 라면 등으로 구성됐다. 역삼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후원의 손길에도 영향을 미쳐 10만원도 아쉬운 상황인데 국조찬의 후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인사했다. 국조찬 측은 미자립교회와 소외계층 이웃돕기를 위해 대상 지역 30여곳을 직접 방문하고, 설 연휴 전에 생활지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봉관 회장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사랑의 물결이 번져 나가도록 봉사운동과 후원활동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강주화 최기영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