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49>] 하나님이 주신 아이… ‘배고파’ 말이라도 했으면

입력 2022-01-28 03:03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꿈이 컸어요. 예훈이가 장애를 이겨내고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살길 바랐었죠. 하지만 지금은 말이라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배고파’ ‘응가 마려워’ ‘목말라’…. 이 정도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남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테니까요.”

뇌병변 장애가 있는 양예훈(6)군의 어머니 선은정(45)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씨는 “예훈이가 아픈 아이여서 100일 잔치도, 돌잔치도 할 수 없었다”며 “아들에게 걷게 되면 돌잔치를 해주겠노라 약속했는데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선씨는 임신 28주 차에 예훈이를 낳았다. 남들보다 빨리 태어난 아이였기에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다. 당시 예훈이의 체중은 고작 1.36㎏이었다. 한데 이때 예훈이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사달이 났다. 두부처럼 쉽게 허물어질 것 같던 예훈이는 매일 주삿바늘을 꽂고 살아야 했다. 의료진으로부터 “아이가 걷는 데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퇴원 이후에도 예훈이의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두 살이 됐을 때 예훈이는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당시만 해도 그의 부모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내년엔 앉을 수 있고, 그다음 해엔 기어 다닐 수 있겠구나.’ 하지만 예훈이는 여섯 살이 된 지금도 제대로 앉지 못한다. 엄마가 어르고 재촉하면 간신히 배밀이만 해내는 수준이다.

예훈이의 아버지는 전북 익산 평안교회를 섬기는 양성원(47) 목사다. 평안교회는 양 목사가 2020년 3월에 개척한 곳으로 성도가 7명밖에 없다. 예훈이네 가족으로선 생활비를 변통하기가 쉽지 않다. 수입은 이웃 교회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매달 보내주는 100만원, 선씨의 친정어머니 명의로 돼 있는 익산의 아파트를 통해 얻는 월세 20만원이 전부다.

예훈이 위로는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누나 2명과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형 1명이 있다. 선씨는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예훈이를 돌보느라 나머지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훈이가 태어난 뒤로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제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고집을 피우지 않아요. 뭔가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어렵게 부탁하곤 하는데,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선씨에게 예훈이의 이름을 가명이 아닌 실명으로 보도해도 되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은 아이이기 때문에 숨길 이유가 없다”고.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12월 30일~1월 26일/ 단위 : 원)

△아이투경배센터교회 김창선 30만 △김병윤(하람산업) 정선호·김정희 무명 20만 △장경환 12만 △오아시스교회문병용 이종수 김추연 문인근 김근희 새언약교회 조동환 반유리 정인경 황순분 방상혁 황의선 최은화 10만 △장유환 정연승 허병국 오삼숙 연용제 정호인 백혜린 김덕수 크리스찬 송진아 박우관 무명 조점순 임은경 이은자 이윤미 김영수 주경애 5만 △문성희 4만 △김철호 한승우 신영희 엄달성 전영희 김정숙 최경수 박지혜 임순자 3만 △전형수 신하영 최현순 정명순 송은숙 조진구 김방회 김영자 2만 △이태진 이미령 천은정 송복순 한영희 생명살리기 한영희 김동호 김명래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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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