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냐? 우냐? 그보다 대화하는 태도가 성경적

입력 2022-01-28 03:03
고성제 평촌새순교회 목사가 26일 서울 중구 성도교회에서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를 저술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너는 어느 편인지 묻는 당신에게’가 부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없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무속 논란 후보냐 욕설 논란 후보냐엔 즉답을 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저자는 성경이 어느 한 이데올로기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증한다. 이어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지 말고, 상대를 인정하며 차분히 대화해 보는 태도가 성경적이라고 전한다. 대화 뒤엔 각자 속한 진영 안에서 먼저 정화에 나서야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 ‘빨갱이’ ‘토착 왜구’ ‘닭그네’ 같은 모욕적 언사를 쓰거나 애꿎은 멸치와 콩을 가져와 누군가를 박멸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분명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치 공간에 그리스도인으로 서기’의 저자인 고성제(66) 평촌새순교회 목사는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이다. 고 목사는 26일 서울 중구 성도교회에서 출간 간담회를 열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느 한 쪽을 적대시하고 몰아내야 한다는 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 자유주의 체제에선 독창성과 자유를 강조하지만, 돈 있는 사람에게만 자유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주의는 평등과 분배를 이야기하는데, 성경과는 다릅니다. 증오심과 적개심을 끌어모아 동력으로 삼는 부분은, 은혜와 구원의 사역으로 접근하는 기독교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두 가치 다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독창성 존엄성 생존권 모두 창조 질서에서 나온 겁니다. 이데올로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수정하고 개량해서 바뀌는 가치들입니다. 절대 진리가 아닙니다. 나의 배경이 나의 이데올로기를 만든 것이란 점을 인식하고 상대 역시 그렇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데올로기를 절대화하는 건 또 다른 우상 숭배입니다.”

고 목사는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함께 예배는 드리지만, 태극기 부대와 아닌 사람으로 갈라져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느끼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4개월의 집중 연구 기간을 허락받아 이 같은 설교와 저술 작업을 했으며, 설교 후 교회 내부가 차분해졌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다수가 정치 관련 설교를 피하거나 아니면 한쪽 편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실에서 고 목사는 “성경 일부만 발췌해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목사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 진영 논리에 휘둘려 똑같이 적대적 언사를 내뱉는 것부터 피하고, 각각의 진영 안에서 대화 가능한 수준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제언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