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 중국 당국의 고강도 방역 조치를 이유로 주중 미 대사관 직원의 출국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정책 결정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통제 조치 때문에 중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자국 외교관과 그 가족에게 출국을 허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주중 미 대사관이 전날 본국에 외교관 출국을 허가해 달라고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주중 미 대사관 조사 결과 약 25%가 최대한 빨리 중국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강제 격리 조치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할 수 있다는 점이 불만으로 거론됐다.
미 국무부는 “주중 대사관과 영사관의 운영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며 “만약 운영 상태가 변한다면 그것은 우리 동료와 그 가족의 건강, 안전 등에 입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원칙에 따라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은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3주간 정해진 시설에서 격리해야 한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온 지역은 주거 단지가 봉쇄된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방역 수위는 더 높아졌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현재 의심할 바 없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라며 “가장 안전한 곳에서 철수할 경우 미국 측 인원의 감염 위험만 커진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방역 조치는 영사·외교에 관한 빈 협약에 부합한다”며 “미국에 엄중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목적은 공황 상태를 조성하고 중국의 방역 업적을 폄하하며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이 매체에 “미국의 눈에는 올림픽이 중요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고 중국의 방역 작업은 정상국가의 일상적 통치가 아닌 것”이라며 “외교적 보이콧에 이은 또 하나의 술수”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재확인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데니소프 대사는 깜짝 선물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국이 에너지 교역과 우주 탐사에서 긴밀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벌인 협상 내용을 중국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고 이로 인해 미·러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데 대해 “이견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