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편의 짧은 글들의 시작은 한결같다. ‘어머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상위 1%가 찾는 패션디자이너보다 사단법인 희망고 대표가 익숙한 저자는 첫 에세이집을 어머니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집필했다. 예상한 대로 편지 수신인은 어머니다. 저자는 서간체 형식의 글에 자신의 삶을 솔직히 고백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마흔 초반 사기를 당하고 재산을 잃은 일, 남수단 톤즈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환경이 나쁘다”는 어머니 말을 떠올리며 인내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의 부모는 땅끝마을 해남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며 전쟁고아를 보살핀 이준묵 목사와 우리나라 제1호 간호사 김수덕 여사다. 생전 함석헌 선생도 평생 존경한 여성 두 명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저자의 어머니를 꼽았다. 무엇보다 저자에게 어머니는 삶의 뿌리였다. 순탄치 않은 길에선 이정표가 돼 줬고 답이 필요할 땐 해답을 주기도 했다.
저자도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톤즈에 망고나무 3만 그루를 심은 걸 계기로 주민들의 교육과 자립을 위해 희망고 재단을 설립했고 한센인들을 위한 마을을 조성했다. 저자의 삶은 2020년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